A씨, 아이 발목 잡아들어 올려 구두 주걱으로 때려
여자친구의 자녀들을 학대한 30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픽사베이 |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엄마의 남자는 엄마와 만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쯤부터 우리를 때렸다.
처음엔 발목을 잡아들고 몸을 거꾸로 올려 구두 주걱으로 발바닥을 때렸다. 숫자도 정해져 있었다. "딱 대, 5대만 맞자."
그리고 다음, 또 다음번 때릴 때 마다 맞는 부위도 횟수도 점점 늘어만 갔다.
그래도 가장 맞기 싫은 곳은 발바닥이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몸을 이러저리 뒤틀었다. 그럴 때 마다 엄마의 남자는 어른의 힘을 써 나를 옥죄었고 결국 내 연약한 뼈는 골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남자에게 맞는 순간, 그리고 다친 순간 마다 엄마는 우리를 잊은 듯 했다.
방치하고 방관하고 방임했다. 그 남자가 우리 집에 오면서부터 집은 불안정하고 매일 흔들리는 고장난 나침반 같았다.
위 이야기는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지연 판사의 판결문을 각색한 것이다.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지연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A(30)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친모 B(26)씨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한 법원은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하고, B씨에게는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7월 초순경부터 교제를 하다 10월쯤부터 일주일 중 5일 정도를 경남 김해시에 있는 B씨의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했다.
A씨는 B씨와 교제한 지 3개월이 채 안된 9월 22일 오후 4시쯤 피해아동 훈이(가명, 1세, 남아)가 이불에 우유를 쏟았다는 이유로 훈이의 발목을 잡고 들어올려 구두 주걱으로 발바닥을 5회 때린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10월 중순쯤, 철이(가명, 3세, 남아)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이와 같은 방식으로 철이의 발바닥을 5회 때렸다.
A씨의 철이에 대한 학대 행위는 이후로 더 심해졌다. 10월 19일에는 발바닥과 팔 부위를 수회 때려 멍이 들게 했으며, 11월 4일에는 몸을 수회 때려 우측 무릎과 양손, 정강이, 허벅지 등에 멍이 들게 했다.
특히 11월 6일의 폭행은 여느 때와 달리 철이가 발바닥을 맞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이에 철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으로 계속 제압하던 중 철이에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친모 B씨는 모든 학대 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방치 및 방임했다.
이에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행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피해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잠재적 위험성이 클 뿐만 아니라, 저항이 거의 불가능한 약자에 대한 범죄라는 측면에서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학대 방법 및 정도, 횟수, 피해아동이 입은 상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아동들이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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