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헤어지자는 청주시에 헤어지지 못하는 청주병원
입력: 2022.11.17 15:40 / 수정: 2022.11.17 15:40
청주병원. /청주=이주현 기자.
청주병원. /청주=이주현 기자.

[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헤어지자는 충북 청주시, 헤어지지 못하는 청주병원. 새 청주시청사 건립 문제를 놓고 이들 기관의 입장을 비유적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이미 3년 전 공익사업 수용재결에 따라 청주병원으로부터 토지와 소유권을 넘겨받은 청주시로서는 하루빨리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새 청주시청사 건립사업이 계획보다 더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대로라면, 청주병원은 이때 병원 부지를 옮겼어야 했다.

반면 청주병원은 청주시로부터 보상금 178억원 중 172억원을 받았지만 이 돈으로는 동일 규모의 의료법인을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시가 강제 수용했으니 보상금 외 병원 이전용 사유지 수의 매각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청주병원은 새 청주시청사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강 대 강 형국

청주시와 청주병원은 원활한 협의점을 찾기 위해 수년간 대화를 이어왔지만 번번이 입장 차만 확인했다.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금이 적다고 판단한 청주병원은 보상금 증액소송(1억800여만 원)과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이의재결 외에 추가 지원금을 요구해왔지만 청주시는 법 테두리 안을 벗어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거절을 거절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결국 청주시는 강제집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주병원이 추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상, 자진 퇴거하는 일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명도소송(토지 및 건물 인도 청구소송) 1, 2심 승소 판결을 근거로 지난 9월 16일 청주지방법원에 처음으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청주시의 승소 판결문에는 ‘가처분할 수 있다’는 근거가 담겼다. 차후 청주병원이 법원에 공탁금을 건 뒤 강제집행 정지 결정을 이끌어내면 항고할 것이라는 게 청주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 1차 계고장을 건네받은 청주병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청주병원은 지난 15일 청주지방법원 집행관실 집행2부로부터 강제집행 2차 계고장을 전달받았지만 퇴거 불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례적으로 향후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청주병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40여 년을 청주시에 협조하며 보내왔는데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를 통해 선전과 선동을 일삼고 있다"며 "청주시의 미흡한 행정 행위와 그로 인한 추후의 모든 행정 및 법적 절차에 대해 민사와 형사를 포함한 모든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추후 3차 계고장을 전달한 뒤 자진 퇴거 또는 이전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강제집행, 가능할까?

강제집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강제집행 대상이 의료법인이라는 특수성 탓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청주병원에는 10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어 강제집행 시 환자들의 전원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환자의 생명권이 걸려 있어서 강제 퇴거 조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이유 탓에 청주시는 청주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자율적으로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1981년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시작한 충북지역 최초의 종합병원인 청주병원을 강제집행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40여 년간 충북도민의 건강을 돌본 청주병원이 자칫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는 것을 염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청주병원 관계자는 "청주시청에 협조하며 42년을 보내온 세월을 기억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단두대에 올려지는 행정 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며 "다시는 청주병원과 같은 희생자가 만들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청주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병원 이전이 아닌 병원 철거를 선택한 만큼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했던 청주시 신청사 건립사업은 난관에 봉착하며 더욱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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