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설치 촉구 ‘정치 안해도 좋다’ 배수진…미래산업 발전 차원 ‘합리적 관계설정’ 모색해야
양향자 의원(반도체특위원장, 광주 서구을)이 16일 국회반도체특위 설치를 반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자신을 향한 '뒤끝 정치'로 규정하며 특위설치를 촉구했다./더팩트 DB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이 16일 전례없이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양 의원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겪은 답답함을 구구절절 토로했다.
양 의원이 성명서 발표에 나선 것은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 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반도체 특위 설치가 논의될 때 빚어진 여야 갈등이 발단이 됐다.
이날 특위 설치를 제안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양향자가 특위를 맡는다면 더더욱 반대다"라는 말을 덧붙인 점이다.
이에 심기가 뒤집힌 양 의원이 성명발표라는 강수를 두고 민주당을 향해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양 의원은 성명서에서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두고 특위 설치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을 국가대계를 사적으로 대응하는 민주당의 ‘뒤끝 정치’로 규정했다. 민주당 당적으로 국회의원이 됐으면서도 정치적 인연을 외면하고 ‘검수완박’에 반대했다는 괘씸죄 기류가 작동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양 의원은 이같은 민주당의 ‘뒤끝 정치’가 ‘첨단산업특별법’(K칩스법)이 4개월째 처리되지 않는 점과 깊게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제1야당이 국가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전임 문재인 대통령도,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천명했음을 환기시키며 민주당에 거국적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서 양 의원은 "자신은 특위 근처에 얼씬도 안 할 테니 부디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회 특위를 설치하라"고 촉구하며 "나는 한 번도 국회 특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반도체 산업만 발전한다면 나는 정치를 안 해도 좋다"고 결연한 배수진을 쳤다.
양 의원의 격한 반발에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는 국면이다. 민주당도 ‘양향자 딜레마’로 일컬어질 수도 있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뒤끝을 고수하자니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윤 정권과 집권여당을 향한 의원들의 강성 기류 속에서 여당의 ‘양향자 특위’ 설치 시도에 끌려가는 모습도 탐탁치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일 수밖에 없다.
광주 지역정가에서 민주당 당적을 갖고 활동하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반도체 특위는 광주의 첨단산업 발전을 통한 성장전략과도 깊이 관계돼 있다"며 "당이 양향자 의원과 ‘합리적 관계설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양향자 의원은 의원실 보좌관의 성추행 사태가 불거지며 이에 책임을 지고 지난 해 7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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