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소설가, 사학자 45세 되던 11월 21일 교통사고로 숨져
이 씨의 숨결 배인 문학공원, 생가, 광양향교 감수성 충전 기회
광양시 우산공원내 이균영 문학공원 모습. /광양시 제공 |
[더팩트ㅣ광양=유홍철 기자] 광양향교 명륜당 옆에 곧게 선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11월이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이가 있으니 이상문학상과 단재학술상을 42세 이전에 모두 수상하면서 문단과 사학계의 주목을 받은 광양 출신 이균영이다.
1951년 광양읍 우산리에서 태어난 이균영은 광양중학교, 경복고등학교, 한양대 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덕여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7년 단편소설 ‘바람과 도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1984년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제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1993년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내놓은 '신간회 연구'는 좌·우익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신간회 실체를 밝힌 최초 연구서라는 평가로 단재학술상을 안겼다. 평생 하나도 받기 어렵다는 이 두 개의 상을 젊은 나이에 받았으니 문학계와 사학계의 주목의 대상이었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양 진영이 결성한 항일단체 신간회는 일제강점기를 분단의 기원으로 인식한 이균영이 천착할 수밖에 없는 주제였으며, 출간 직후부터 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균영이 소설 ‘어두운 기억의 저편’에서 분단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낸 것이나, '신간회 연구'에서 인물들의 개성을 구체화한 것은 문학과 역사의 뛰어난 통섭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균영은 광양군지 편찬작업에 참여하면서 백운산을 배경으로 근현대사를 다룬 열 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구상하면서 수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5세 되던 1996년 11월 21일 새벽, 비운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문학과 사학계의 큰 손실로서 그를 아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11월 21일이 되면 그의 생가 근처 우산공원 내에 있는 이균영 문학공원을 찾아 그를 추모한다.
이균영 문학공원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책으로 형상화한 조형물과 문학비 등이 소박하게 조성돼 있다.
그가 어릴 적 뛰어놀던 광양향교와 우산공원, 생가가 있는 작은 골목도 희미해져 가는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마흔다섯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이균영이 남긴 소설집 '바람과 도시', '멀리 있는 빛', 장편소설 ‘노자와 장자의 나라’ 등에는 유당공원, 광양장도 등 광양의 숨결이 진하게 배어있다.
광양시 정구영 관광과장은 "광양이 낳은 위인 이균영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을 찾아 그의 문학과 역사 정신을 기리고 깊어가는 가을의 감수성도 가득 충전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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