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만든 기적, "모닥불 피우고 물 17ℓ로 버텼다"
입력: 2022.11.05 07:15 / 수정: 2022.11.05 07:28

봉화 광산 실종자 2명, 221시간 만에 기적적 생환 과정

비닐과 모닥불을 이용해서 추위를 막았던 흔적(왼쪽)과 물이 얼마 남지 않은 20ℓ 물통(오른쪽)./경북소방본부 제공
비닐과 모닥불을 이용해서 추위를 막았던 흔적(왼쪽)과 물이 얼마 남지 않은 20ℓ 물통(오른쪽)./경북소방본부 제공

[더팩트ㅣ봉화(경북)=이민·김채은 기자]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사고 발생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은 고립된 갱도 속에서 비닐과 모닥불을 이용해 추위를 막고 20ℓ 물통에 의지해 공포를 이기며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밝혀졌다.

5일 경북소방본부 등은 전날 오후 11시 3분쯤 "실종됐던 작업자 2명이 무사히 지상으로 걸어 나왔다"고 밝혔다. 구조된 ㈜성안엠엔피코리아의 작업자 A(56)씨와 B(62)씨는 사고 당시 작업을 하고 있었던 지하1수갱(수직갱도) 190m 지점에서 우측으로 70여m 떨어진 지점이었다.

실종자들을 최초로 발견하고 구조한 사람은 경북소방본부 구조대원과 광산구조대원이었다. 실종자들과 구조대원은 눈물을 흘리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힘들었던 시간의 종지부를 찍었다. 구조된 이들은 다행히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 걸어서 밖으로 나온 뒤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와 B씨가 머물던 곳에는 비닐을 덮어 추위를 막고, 모닥불을 피운 흔적 등 암흑 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구조를 손꼽아 기다렸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들고갔던 물 20ℓ는 3ℓ밖에 남지 않았다.

앞서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작업자 7명이 3조로 나뉘어 해당 광산 지하 제1수갱에서 굴진 작업을 하던 중 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900여t의 뻘이 밀려 들어와 수직갱도로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하던 2명은 전날 오후 8시쯤 자력 탈출했고, 지하 90m 지점에서 작업하던 3명은 전날 오후 11시쯤 제2수갱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지하 제1수갱 260m(제2수갱 450m) 지점에서 작업을 하던 A씨와 B씨는 갱도에 갇힌 채 연락이 끊겼다.

광산업체 측이 자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여의치 않자 27일 오전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암석 제거 작업과 시추 작업을 계획해 둔 계획도./경북소방본부 제공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암석 제거 작업과 시추 작업을 계획해 둔 계획도./경북소방본부 제공

신고를 받고 오전 9시 7분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제2수갱으로 진입해 지하 150m지점부터 갱도에 쌓인 암석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예상치 못하게 막힌 곳이 있고, 폐쇄 지점 일부가 무너지기도 하며 난황을 겪었고, 목표 지점까지 걸리는 시일 역시 쉽사리 종잡을수 없었다.

또 음파 탐지기를 이용한 생존 신호 확인 작업, 시추 작업 등도 병행했지만, 첫 시추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음파 탐지 작업 역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구조당국은 천공기 12대를 투입하고 끊임없이 시추작업을 시도한 결과 지난 3일 오전 5시와 7시에 천공기가 갱도에 도달하면서 갱도 내부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구조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구급차에 실려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생환자들./경북소방본부 제공
구급차에 실려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생환자들./경북소방본부 제공

B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광산 내부를 훤히 꿰뚫고 있어서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을 것으로 확신했는데, 직접 걸어서 광산 밖으로 나오셨다"며 "구조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과 생환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소식을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두 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밤낮없이 최선을 다한 소방청 구조대, 광산 구조대, 군장병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한다"며 기쁨을 표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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