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의 무게’ 흔쾌히 감당했던 여성 건축사 김희순
입력: 2022.11.04 07:37 / 수정: 2022.11.04 07:37

㈜율그룹 건축사 사무소 대표 만나다
“남성이 못 보는 곳 볼 줄 아는 시선”
고단함 위한 쉼터 ‘건물’ 짓는 건축사


김희순(69)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김도우 기자
김희순(69)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김도우 기자

[더팩트 | 전주=김도우 기자] "건축계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분야로 알려져 있어요. 현장을 뛰는 거친 업무가 많은 업계 특성 때문이죠. 여성이 건축에서 갖는 힘은 ‘밀접성’ 입니다"

여성 1세대의 무게를 즐겁게 감당했다는 김희순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은 인간에 대한 찬가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또 다른 자연이다"고 말한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한 건축가. 소박하고 따스한 온기를 건축물에 담고자 했던 건축가, 전북 여성 건축사 1세대 김희순 대표는 오늘날에도 건축 담론의 중심에 서 있다.

"건축 설계는 남을 위해 자신의 손으로 하는 삶의 실천적 작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아니다. 점, 선, 면의 작업을 통해 왜 그런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건축주가 좋다는 걸 이해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건축은 직관이나 감각"이라고 말한다. 설계는 건축가만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언어적으로 잘 표현 할 수 없는 공간을 특정 짓는 ‘아우라’와 같은 의미로 와 닿는다고 했다.

전주 천년 한지관 설계로 전북도 건축문화제 대상을 받은 김 대표를 3일 만났다.

연륜이 쌓이면서 지역사회 그리고 건축하는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는 그는 하루가 재미있다.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지나와서 그런가. 그는 요즘 ‘부활’ 한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더 커졌다.

공대 여학생이 없던 시절. 1978년 전북대 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대한 주택공사 15년 근무하면서 ‘첫 여성과장’ 타이틀을 얻었던 그는, 90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 92년 전주에 율 건축사 사무소를 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 최기주(전북대 건축학과 71학번)씨와 부부 건축사다. 부부 건축사는 전북 최초다.

‘내집 만들기’ 수업이 재미있어 건축학과로 진로 했다는 그는 대한주택공사 당시 아파트 단지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

남편도 건축사라 많은 도움이 됐다.

김희순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은 인간에 대한 찬가다”고 말한다. 사진=김도우 기자
김희순 ㈜율그룹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은 인간에 대한 찬가다”고 말한다. 사진=김도우 기자

"경험상 건축 설계는 여성이 담당하고 현장은 남성이 담당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본다. 설계분야에서 나만의 전문직이라는 애정을 가지고 힘 들어도 끝까지 밀고 나가서 여성들이, 근성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밤새워 일하는 그 과정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이 어려움은 ‘만들어가는 과정’과 디자인에서 얻어지는 재미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건축은 철학’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훈련과정에서 겪는 고뇌를 즐긴다.

‘뭔가 내 이름으로 하고 싶다’ 이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건축이 개인재산 개념보다 공적재산 개념이 강해지는 추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축’을 고집하기보다는 건축주가 원하는 내용을 담되 도시 전체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에 상대방의 마음을 빨리 읽는 편인 그는, 일에 있어서만은 겁이 없다고 말한다.

어려운 결과를 예측하고 걱정하기보다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는 또한 시대적으로 변화된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도 그 누구보다 유연하다. 긍정적 에너지와 부지런함이 비밀무기다.

이는 공개경쟁과 무한경쟁시대에 그가 현상설계에서 성공하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건축형태도 패션처럼 스타일 면에서 시대적 흐름이 있다. 재질 등 건축자재의 발달도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70이 다된 그는 60대부터 은퇴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가장 오래 일하는 건축사가 되고 싶다.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건축사 말이다.

일터에서 일하는 많은 후배들이 김희순 건축사가 롤모델이라고 하는 말에 힘을 얻었다.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놀면 즐겁지 않다. 어렵고 힘든 것을 풀어야 재미있다는 그는 편한 게 싫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게 70 가까이 얻은 생각이다.

김희순 대표는 국내 첫 여성 건축사로 한국은행 본점과 포스코 본사 등을 설계한 故 지순 건축사가 롤 모델이다.

일주일 5회 걷기. 보이차 마시기 등 건강해야 건강한 정신에서 좋은 생각이 난다는 그는. 설계하면서 잠드는 게 꿈이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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