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전주 천년한지(千年韓紙) 이제 ‘건축’으로 날다
입력: 2022.11.01 07:58 / 수정: 2022.11.01 07:58

-2022년(제23회) 전북 건축문화 대상…율그룹종합건축 김희순 대표 설계 ‘전주천년한지관’
-전통과 자연 소통, 한지 세계화


전북 전주 서서학동에 위치한 전주천년한지관. /전주=이경민 기자
전북 전주 서서학동에 위치한 전주천년한지관. /전주=이경민 기자

‘천년한지(千年韓紙), 건축으로 날았다.’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천년 전주-천년 한지.’ 조선왕조 500년 전라감영의 도시 전주(全州) 앞에 유일하게 ‘천년’이란 수식이 붙는다. 음식-소리-건물(한옥)-역사-문화-풍류(서예). 한국 문화 6대 양식의 본 고장 전주. 그럼에도 ‘천년’이란 수식이 붙는 문화는 유일하게 ‘한지’다.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종이가 한반도에 유래한 이래 종이 문화유산은 대부분 ‘전주’ 산이었다. 전주 한지가 조선왕실 주요 납품 상품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전주 한지에 ‘천년’이 붙은 이유다.

한지 축제와 한지 패션쇼, 한지 기념품 생산 등 30여 년 전부터 부활 된 한지 관련 문화 행사는 사실상 전주에서 시작됐다. 세계 유명 관광지 안내로 유명한 ‘종이 박물관’도 전주에 있다.

그럼에도 이 한지를 보존하고 현대화하는, 그러면서도 미래를 여는 연구를 진행하는 제대로 된 건물 하나가 없었다.

이제야 한지를 내건 전문 건물이 전주 외곽 500년 한지마을에 섰다.

‘전주천년한지관.’(全州千年韓紙館)

전주시가 전국적인 설계 공모에 의해 당선된 이 작품(건물)은 현대식 건물(콘크리트 벽돌조)이다. 전주에 소재하고 있는 율종합건축사무소(대표 김희순 건축사)의 작품이다.

전주천년한지관. /전주=이경민 기자
전주천년한지관. /전주=이경민 기자

이 보다 앞선 강원도 원주 한지관이 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 내부 공간에 배치된 것. 그러나 이는 박물관 내 한 공간에 불과했다. ‘전주천년한지관’이 선 곳은 전주 흑석골.

‘전주 흑석골’의 별칭은 ‘한지골’이다. 조선시대 전라감영(전주 한옥 마을 부근)이 있던 곳에 약 1Km 떨어진 외곽 마을. 전라감영에서 가장 가까운 계곡이 있어 365일 이슬같이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었다. 조선시대말 100여개의 한지 공방이 운영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근대 들어 한지가 몰락하면서 쇄락의 길을 걸었던 흑석골.

율종합건축사 김희순 건축사의 ‘전주천년한지관’은 흑석골 계곡의 물줄기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물줄기 그대로 즉 지형 그대로를 유지하는 발상이다.

전주천년한지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대지 면적은 1000평(3779㎡)이 넘지만 건축면적(1층 기준)은 150여 평(497.89㎡)에 불과하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건축면적을 최소화 했다. 1층 밑으로 계곡물이 그대로 흐르고 이 물을 이용해 한지 제조의 일련의 과정(초지-도침-건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천년한지관 1층 도침실. /전주=이경민 기자
전주천년한지관 1층 도침실. /전주=이경민 기자

체험관이 바로 1층이다. 2층은 전시와 세미나실로 구성됐고, 방문객의 편의 시설을 돕는 카페 등이 배치됐다. 2층 규모는 100평에 불과하지만 실별로 모두 독립된 공간을 연출했고 실과 실 사이 공간을 확보, 공간이 실제보다 커 보이도록 구성했다.

현대식 건물이지만 외관은 한옥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모든 외관은 밝은 회색빛은 벽돌을 이용, 한지의 색깔을 재현했다. 천정은 원목 나무와 유리로 설치, 한지의 뿌리가 나무라는 인식을 심었고 유리를 섞어 한지가 하늘로 닿는 의미를 부여했다. 2층 옥상에 서면 흑석골이 한눈에 들어오고 긴 계곡은 운치, 이어 전주의 상징 남고산성, 일부 한옥마을을 바라볼 수 있다.

전주천년한지관 2층 옥상에 올라가면 흑석골이 한눈에 보인다. /전주=이경민 기자
전주천년한지관 2층 옥상에 올라가면 흑석골이 한눈에 보인다. /전주=이경민 기자

김희순 율 종합건축사 대표는 "전통 한지의 세계화를 위하여 생산 시설을 복원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계획했다."며 "지형의 고저차를 그대로 두고, 계곡물의 유입과 정화된 폐수 자연화 계획으로 전통 한지의 친환경적 우수성을 보이고자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전주천년한지관’은 2022년 전라북도 건축문화 대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의견이었다. 오는 2일 전북도에서 열린 건축문화제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직접 수여할 예정이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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