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얼마나 무서웠을까…미안하다, 동생아..."
입력: 2022.10.31 12:31 / 수정: 2022.10.31 16:04

늦깎이 대학생 간호사 꿈 이루지 못하고 '하늘나라' 떠난 여동생에 대한 기억들

이태원 참사 현장 아비규환 /남용희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 '아비규환'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31일 오전 10시쯤 부산의 한 장례식장.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노모(28)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A씨는 20살이 되던 때 부산의 한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꿈을 키워갔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28살이 되던 올해 전남 목포 간호보건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31일 <더팩트>가 꿈을 펼쳐보기도 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A씨의 친오빠 B(30)씨와 만났다.

B씨는 주변 사람을 알뜰살뜰 챙기는 여동생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여동생은) 성격이 밝다"고 했다. 이어 "오지랖이 넓어 주변사람을 잘 챙겼다"며 "어릴 때부터 아파트 1층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빵 등 집안에 있는 먹거리를 갖다줬다"고 말했다.

남매 사이 우애는 유독 남달랐다. 그는 "(여동생은) 오빠의 여자친구에게 먹거리를 사주곤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B씨는 여동생에게 한 없이 미안해 했다. 그는 "어제 아침에 (이태원 참사로) 뉴스에서 시끌벅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 이태원 용산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술을 마시고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후 낮 12시쯤 여동생이 안치돼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여동생이 사고 현장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전날 편하게 잠을 잤다. 너무 미안하다.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병원에서 봤다. 생각만해도 슬프다. 얼굴엔 넘어져 신발에 밟힌 듯한 자국이 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난다"고 했다.

그는 또 "(여동생이) 최근 운전면허 따서 중고차를 샀다. 여동생이 휴대폰 거치대를 갖고 싶다고 해 사줬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살아 생전 동생과의 마지막 추억도 되새기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편, 29일 밤 사고 당시 경사진 좁은 골목에 10만여명의 인파가 순식간에 몰리며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기준 사망자는 154명이다. 부상자는 총 149명이며, 이 중 중상자는 33명이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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