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제4회 경찰청장배 레슬링대회’에서 그레고로만형 출전 선수 전원이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전남 함평군이 경찰청장배 레슬링대회의 경기 결과를 자평하며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여러 경로로 입상 소식을 들은 지역민들은 "역시 레슬링은 함평이다. 레슬링팀 재창단하길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레슬링팀을 향한 ‘최고의 상찬’은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지탄으로 바뀌는 대반전이 일어난다.
반전의 시작은 당시 출전했던 선수들이 경기 한번 치르지 않고 전원 입상했던 것이 알려지면서다.
27일 전남 함평군 등에 따르면 군청 레슬링팀은 지난 8월 25일부터 경북 김천시에서 이틀간 치러진 전국 규모의 대회에 그레코로만형 63kg급 1명, 72kg급 2명, 77kg급 1명 등 4명이 참가했다.
가관인 것은 63kg급과 77kg급 경기에서 함평군청 선수만 각각 홀로 출전해 시합도 치르지 않고 모두 1위를 차지한다.
게다가 72kg급은 함평군청 선수 2명이 참가해 팀 내 선수끼리 자웅을 겨뤄야 했으나 선수들은 쉽고 편한 방법을 택한다.
어이없게도 이중 1명이 경기를 포기하면서 1등과 2등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채 순위마저 선수들끼리 ‘가위 바위 보 하듯’ 정했을 한심한 행태에 낯이 뜨겁다.
그들의 ‘신박한 재기?’에 전문체육은 희화화돼버렸고, 그 부끄러움은 온전히 군민 몫이다.
그런데 이걸 잘했다고 홍보해대는 후안무치한 행정을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이 몹시 서글퍼 보인다.
"어떻게 경기 한번 없이 ‘나눠 먹기'식으로 주워든 성적표를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지...이는 국민 모두를 기만한 것"이라며 지역민들은 날선 비난을 쏟아낸다.
제발 정신 차리자. 함평군청 레슬링팀은 넉넉한 지자체의 ‘구색 맞추기'식의 ‘폼 나는 스포츠단’이 아니다.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의 살림살이도 녹록지 않은 지자체가 ‘지역민의 땀내 나는 혈세’로 겨우 살려놓은 레슬링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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