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중 잇따른 인명사고, 경찰·소방은 안전조치 미흡…주최측은 ‘개인탓’,‘대회강행’
문경 단산 활공랜드에 패러글라이딩 선수가 착륙하고 있다/문경=이민 기자 |
[더팩트ㅣ문경=이민 기자] "이번 대회에서 사망하신 분은 개인적 지병인 ‘근육위축증’이 있어서 그래요, 기사 당장 지우세요, 고인을 욕보이는 일입니다", "소방당국이 헬기를 보내주지 않아 우리 자체구조대가 구조했어요"
‘2022 패러글라이딩월드컵 문경아시안투어’가 막을 내린 가운데 2명의 사상자 발생을 두고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 겸 대회조직위원장이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23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2022 패러글라이딩월드컵 문경아시안투어’는 패러글라이딩월드컵협회 주최,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문경시·매일신문사 주관, 3억 4400만원의 예산으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문경 단산 ‘문경활공랜드’일원에서 22개국 12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회 축사에서 신현국 문경시장이 "이곳은(문경 단산) 경북의 알프스라 자부할 만큼 패러글라이딩에 적합한 최고의 환경으로 국제적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대회기간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안전조치 미흡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또 전국단위 체육행사에도 마련된 대회전 혈압체크, 코로나19 문진표, 사전병력 질문지, 대회중 발생사고 서약서 및 동의서 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문경시와 주최측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패러글라이딩 대회중 40대 남성이 추락해 단산모노레일과 충돌해 숨졌다/문경=이민 기자 |
앞서 지난 18일 낮 12시 37분쯤 이번 패러글라이딩 대회에 참가한 선수 A씨(48)가 대회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사고는 A씨가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 중 (풍속 5㎧) 캐노피(패러글라이딩 날개)가 접혀 추락하다 단산모노레일 약 800m 지점 레일에 얼굴 등을 충돌했다.
긴급출동한 119구조대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나자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 겸 대회조직위원장은 "그분(숨진 A씨)이 근육위축증이라는 지병을 숨기고 대회에 참가했고, 지인들의 만류에도 ‘하늘에서 죽겠다’며 뛰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을 욕보이는 이런 기사는 당장 삭제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 "대회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 19일 하루만 추모하고 20일부터 정상적으로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패러글라이딩 대회에 참가한 50대 일본인 선수가 활공 중 추락해 절벽위 나무에 걸렸다/문경소방서 제공 |
이후 21일 오후 4시 21분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B씨(55·일본)가 활공 중 추락해 성주봉 9부 능선 절벽 위 소나무에 걸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헬기 1대와 장비 5대, 인원 40명을 동원해 이날 오후 6시 31분쯤 B씨를 구조해 대회관계자에게 인계했다. B씨는 다행히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 겸 대회조직위원장은 "B씨의 추락사고는 나무에 가깝게 붙어 바람을 타면서 고도를 올리던 중 줄이 나뭇가지에 걸려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방본부에서 헬기를 보내주지 않아 자체 구조팀을 보내 B씨를 구조했다"고 둘러댔다.
확인결과 문경소방서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성주봉 중턱 지점서 요구조자를 발견해 소방헬기 지원요청과 동시 등산시작함, 성주봉 9부능선 등산로 좌측 50m지점 절벽위 소나무에 걸려있는 상태로 요구조자 발견, 구조대원 추락방지 등 안전조치와 함께 진입, 로프 등 구조장비 사용 안전하게 구조함, 요구조자 우측발목통증 호소하였으나 자력으로 도보가능함" 등의 현장일지가 있었다.
이를 두고 패러글라이딩단체 한 관계자는 "전국단위 대회에서도 제출하는 각종 안전관련 서류가 국제대회에서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문경시는 예산만 주고 안전관리는 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7월 17일 열린 제29회 전국 패러글라이딩대회에서 서약서 등의 서류가 있다./보령시 제공 |
문경시 담당자는 "이번 대회에 문경시 1억2000, 경북도 8000, 국비 7200, 대한체육회 기금 7200등 3억 44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면서 "시는 예산만 지원하고 안전문제나 관리는 주최측이 알아서 할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 겸 대회조직위원장은 "A씨의 사망사고와 B씨의 추락사고는 모두 개인적인 사고이며 해당 대회의 안전관리와는 상관이 없다"며 "여러번의 대회가 있었지만, 단 한번도 혈압체크와 문진표, 사전병력 질문지, 동의서 등과 같은 안전관련 서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패러글라이딩 대회에는 1200명을 대상으로 스포츠안전재단에 주최자 배상보험 307만원을 납부했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네팔 최대의 스포츠행사인 ‘제9회 전국체전’에 출전한 26세 남성이 패러글라이딩 대회 중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가 나자 주최측은 패러글라이딩 경기를 중단했고, 민간 항공당국은 별도의 공지가 있을때까지 전국의 패러글라이딩 운행을 전면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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