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선감학원 피해자에 공식 사과…"치유·명예회복 최선"
입력: 2022.10.20 15:56 / 수정: 2022.10.20 15:56

"국가폭력으로 큰 고통 겪으신 피해자와 유족에 사과"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 20일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우정식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 20일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우정식 기자

[더팩트ㅣ안산=이상묵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20일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진 뒤 경기도 차원의 첫 공식 사과다. 선감학원 폐원 40년 만의 일이다.

김 지사는 이날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을 강제구금, 강제노동, 폭력, 사망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내렸다.

진실화해위는 결정문을 통해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 신청인 김영배 등 167명은 선감학원 피해 수용아동임이 확인돼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또 "국가는 권위주의 시기 위헌·위법적인 '부랑아 정책' 시행으로 인해 선감학원 수용 아동의 인권침해에 대한 강한 책임이 있다. 경기도는 1982년 선감학원 폐쇄 이전까지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했다.

이에 김 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 아동 인권 수준을 선진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0일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천종수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우정식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20일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천종수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우정식 기자

앞서 김 지사는 19일 안산시 선감학원피해자신고센터, 선감학원 옛 건물, 유해 매장 추정지 등을 둘러봤다.

그는 "박물관에서 사진 속에 웃고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떨면서 왜 여기 왔는지도 몰랐을 희생자들이 좋아했을 빵을 가져가서 넋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와 권위시대 자행된 인권유린에 대해, 비록 과거 자행된 일이지만 현재 살아가는 우리가 사실규명과 분명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과거에 자행된 일이지만 현재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선 8기 경기도는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지사가 약속한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에는 △피해자 생활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이 담겼다.

먼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피해자지원센터를 확대해 피해지원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또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의료서비스 지원을 내실화한다. 아울러 선감학원 묘역을 정비하고 추모비를 설치해 희생자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추모문화제를 확대 운영해 인권 의식 향상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피해 배·보상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김 지사에게 약속 이행을 당부했다. 김영배 피해자 대표는 "올해도 2명이 돌아가셨다. 행정은 느린데 피해자는 늙어서 돌아가신다. 도지사께서 무엇이 우선돼야하는지 확인하고, 약속을 지켜달라"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사과와 위로를 전하던 도중 "사과를 받았으니 드디어 발 뻗고 자겠다"라고 흐느끼는 피해자 천종수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9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 안산 단원구 선감역사박물관을 찾아 뜰 앞에 서있는 위령탑 비문을 쳐다 보고 있다./우정식 기자
19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 안산 단원구 선감역사박물관을 찾아 뜰 앞에 서있는 위령탑 비문을 쳐다 보고 있다./우정식 기자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정책에 따라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 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영양실조,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선감학원에서 피해를 받았거나 지인의 피해사례를 알고 있다면 경기도 인권담당관 또는 진실화해위에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도는 지난 2016년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매년 선감학원 추모문화제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2020년부터는 피해자신고센터를 통해 사례를 접수, 피해자 상담과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서 진료비, 외래, 입원비 본인부담금을 100% 지원해 지난달 기준 378명에게 734건을 지원했다.

newswo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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