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창립 20주년 특집-인권 없는 인권도시 광주 ⓶] 장애감수성 백치 수준 공직자들...배려는 관심 밖
입력: 2022.10.20 00:02 / 수정: 2022.10.20 00:02
광주 쌍촌역에 안전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이용을 못하거나 힘들게 이동해야한다. 문제는 인식이다. 이동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방안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사진은 쌍촌역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광주의 한 시민 / 광주 = 나윤상
광주 쌍촌역에 안전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은 이용을 못하거나 힘들게 이동해야한다. 문제는 인식이다. 이동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방안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사진은 쌍촌역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광주의 한 시민 / 광주 = 나윤상

올해로 42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광주는 세계적으로 인권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도 인권의 도시일까? 5⋅18민주화운동 첫 번째 희생자 김경철씨도 청각장애인이었다. 인권도시라는 기치를 내건 광주의 도시공간에 인권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가 광주 도시공간의 인권 사각 지대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편집자 주>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내 놓은 ‘15분 도시’는 삶에 대한 획기적인 시선을 움켜잡았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사무실, 유아원, 병원, 상점, 학교, 공원 등을 이용하면서 일상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15분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거리’이다. 사람이 편하고자 만든 차는 도시에서 인간의 삶의 위치를 빼앗아 버렸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인간의 행동반경을 넓혀줬지만 안락한 공간까지 파고들어 도시에서 인간을 고립시켰다.

◼︎ “공사 중이니 700미터 떨어진 다른 역 엘리베이터 이용하라”

광주 지하철 1호선 쌍촌역에서 70대로 보이는 시민이 힘겹게 난관을 잡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수리를 하고 있어서 계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며 난색을 표했다.

혹시 엘리베이터가 운행정지인 것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그는 힘든 듯 손을 들어 크게 좌우로 흔들고 계단을 계속 올라갔다.

쌍촌역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안전성 향상을 위한 운행정지 안내’ 라는 프랑카드가 붙어 있었지만 정작 시민들은 해당 역에 도착하고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공사기간은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 였다.

역사 관계자는 “엘리베이터의 안전을 위한 공사중이다.” 면서 “안내를 위한 충분한 고지를 하고 있다.” 고 안내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장애인들이 이용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냐?” 라는 질문에는 “가까운 곳에 화정역과 운천역이 있다. 그곳에서 내려서 이동하면 된다.” 며 양해를 구했다.

쌍촌역 바로 옆 1분 거리에는 카톨릭 평생교육원이 있다. 장애인이 이 곳에 가기위해서는 쌍촌역으로부터 700m 떨어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화정역이나 1km 떨어져 있고 도보로 14분 걸리는 운천역에서 내려서 이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쌍촌역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개 있지만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는 한 곳이다.

계단의 숫자는 71개였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관심 밖이었다는 얘기다.

자전거 도로와 함께 있는 보도가 너무 좁다. 이 보도에 성인 한 명이 지나가면 꽉 차 자전거는 물론 휠체어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보도에 가로수와 전신주가 같이 차지하고 있어 이동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 광주 = 나윤상
자전거 도로와 함께 있는 보도가 너무 좁다. 이 보도에 성인 한 명이 지나가면 꽉 차 자전거는 물론 휠체어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보도에 가로수와 전신주가 같이 차지하고 있어 이동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 광주 = 나윤상

◼︎ 자전거 출퇴근도 힘든 도로…하물며 장애인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매우 불편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자전거 출퇴근을 해보고 한 말이다.

광주의 자전거 전용도로의 길이는 총 661km이다. 지도로만 보자면 자전거 겸용도로, 전용도로, 전용차로, 우선도로 네 종류의 도로로 나뉘어져 있고 지도에서 보는 바 같이 시내 중심지역으로 잘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평소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시민 P씨는 “광주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일상생활용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라고 말한다.

그는 “광주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거의 영산강에서 목포로 나가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동호회 사람들 뿐 일 것 ” 이라고 강조하고 “자전거로 시내 중심부를 다닐 경우 차량에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떤 때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서 아찔하게 곡예주행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면서 광주에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실제 광주시내 중심지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가로수에 막혀있거나 자동차에 점거된 채였다. 이런 상황은 자전거 뿐 아니다. 자전거 도로는 보도와 공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를 휠체어로 치환시켜 보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니지 못한다면 휠체어 역시 안전하지 않다.

쌍촌역 입구에서 운천역 방향 도로. 아파트 공사로 자전거 도로도 끊어진 상태이다. 이런 길을 쌍촌역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이동해야 한다. / 광주 = 나윤상
쌍촌역 입구에서 운천역 방향 도로. 아파트 공사로 자전거 도로도 끊어진 상태이다. 이런 길을 쌍촌역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이동해야 한다. / 광주 = 나윤상

◼︎장애인 이동권 관심없는, 장애감수성 ‘0’ 공직자들

한마음 장애인 자립센터 김동효 센터장은 지체 장애인이다. 휠체어 없이 이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에게 장애는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직업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장애의 문제인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장애감수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감수성이란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몇 해 전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하는 포럼을 위해 비용을 들여 브라질 꾸리찌바에서 그 곳 공무원을 초빙한 적이 있다.” 말했다.

이어 “어렵게 그 사람들을 불러왔는데 광주 공무원들은 관심 자체가 없더라.” 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화도시 꾸리찌바는 이동권이 완벽하게 보장된 도시로 유명하다.

김 센터장은 “도시발전을 위해서 광주시가 먼저 해야 할 일을 장애인 단체가 해줘도 관심이 없는데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싶었다.” 며 당시 참담했던 심정을 전했다.

<더 팩트> 취재진이 장애인 이동권의 의미를 묻자 그는 “장애인이든 일반인이든 삶의 모든 것은 이동권에 맞춰져야 한다.” 고 말하며 “우리의 삶에 계획성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가 인권도시라고 하는데 장애인 인권은 없는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면서 “장애인에게 인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망월동에 가면 있을거다.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평등하니까” 라며 이동권 없이 광주에 인권도시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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