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속도 상관없어”…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입력: 2022.10.09 00:05 / 수정: 2022.10.09 00:05

청년 예술가의 상상, 근대 문화공간을 깨우다
장민지(32‧문화예술공동체미담보담협동조합 대표)


전북 익산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오래된 집터나 근대 공간을 현대화하는 작업통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김도우 기자
전북 익산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오래된 집터나 근대 공간을 현대화하는 작업통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김도우 기자

[더팩트 | 익산=김도우 기자] 멈추지 않는 한 길이 끝나지 않는다. 달팽이는 온몸으로 밀며 투명한 길을 개척한다.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자기 길을 가고 있다.

달팽이만의 길을 간다.

장민지(32) 미담보담 대표는 "인간의 인식에서 느릴 뿐 달팽이는 자기 속도로 꾸준히 살아가는 존재"라며 "누가 인정해주든 아니든 자기만의 걸음을 흔적으로 남긴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가 청년 예술가의 길을 걷는 이유다.

장 대표와 함께한 청년들은 짐을 나르고, 벽에 직접 못질까지 하고, 완성된 그림을 벽에 걸고 나서도 못내 아쉬워 붓을 꺼내고 물감을 덧대는 작업을 한다.

청년예술인들은 지역의 근대역사 공간 안에서 현재의 소재들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오래된 집터나 근대 공간을 현대화하는 작업이다.

이들은 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비롯해 문화, 일상을 들여다보고 지역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10월 전시회는 ‘우리동네 한바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다.

전북 익산 갈산동(68-1)에 있는 100년 된 적산가옥이며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장 대표는 "낙후된 원도심 속 유휴 폐공간이기도 한 익산의 적산가옥에서 기획 전시를 통해 문화적 재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말했다.

그러면서 "익산에는 문화자원이 많은데 활용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청년이니까) 익산의 고유한 특성이나 역사를 알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더 찾아다닐 것"이라며 "공간을 찾아 기획하고 변화가 되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익산 갈산동 적산가옥을 선택한 것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의에 적산가옥들이 많다가 하나만 남아 있는 모습이 역사적 의의도 있지만, (이 모습이 마치) 지방에 남겨진 청년예술가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익산 갈산동 적산가옥은 하나만 남아 있어, 역사적 의의도 있지만 , 마치 지방에 남겨진 청년예술가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사진=김도우 기자
익산 갈산동 적산가옥은 하나만 남아 있어, 역사적 의의도 있지만 , 마치 지방에 남겨진 청년예술가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사진=김도우 기자

◆ 청년문화예술 프로젝트 '빛바램 춘포'

지난해 7월 처음 ‘빛바램 춘포’를 기획했다.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 도정 공장에서 프로젝트 발표의 일환으로 전시회 열었다.

이 전시는 등록문화재인 옛 춘포역사(국가등록문화재 제210호)와 익산 춘포리 옛 일본인 호소카와 농장가옥(국가등록문화재 제211호), 대장 공장(호소카와 도정공장) 등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흔적과 해방 이후 근대 농촌 지역의 생활상과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진행했다.

주요 전시공간인 대장공장에는 기계들이 철거된 뼈대 및 당시 사용했던 쌀 포대, 가구, 금고, 상품 도장, 품질 시약병 등 그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건들을 청년 예술가의 시선으로 그림과 사진에 담아 전시했다.

장 대표는 "빛바램 춘포 전시공간 이었던 도정 공장은 일제 수탈장소"라며 "빛을 받으면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이 색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빛바램 춘포다. 공장이 아주 오래되어 빛바램이고,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빛바램이라는 것이다.

빛을 받으면 다르게 보인다. 아침 점심 저녁이 색 다르다.
빛을 받으면 다르게 보인다. 아침 점심 저녁이 색 다르다.

◆ ‘선택, 그리고 변화’ 옛 이리금융조합서 만나다‘

우리가 선택한 익산, 우리는 변화를 시도한다’를 주제로 두 번째 전시를 했다. 두 번째 전시는 근대역사 공간에 청년예술인의 젊은 감각을 접목해 지역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하나로 청년예술가와 지역청년들이 주민과 교류를 통해 지역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예술공동체 미담보담이 전시기획을 총괄하고 지역 청년 6명과 청년예술인 14명이 참여해 설치미술, 평면 오브제, 수채화, 판화, 사진, 캘리그라피, 디지털아트 등 60여점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장은 인화동 옛 이리금융조합(익산시 인북로12길 5)이었다. 이리금융조합(등록문화재 제763-9호)은 1925년 건립된 금융조합 건물로 근대기의 전형적인 건축형식을 갖추고 있다.

광복 후에는 등기소, 전북은행 취급소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익산 인화동에 남부시장 주단거리와 한복거리가 있다"며 "타지인 들에게 알리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를 담았다"고 말했다.

장민지(32) 청년 예술가 대표는 끊임 없이 도전한다. 전북을 다 돌고,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도우 기자
장민지(32) 청년 예술가 대표는 끊임 없이 도전한다. 전북을 다 돌고,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도우 기자

- 건물 선택에 기준은 무엇인가.

역사가 있어야 한다. 리모델링되거나 새로 지은 건물은 안된다. 주인이 활용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열정이 있어야 뭘 해도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

-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숨어있고, 버려진 거 같은데 나좀 봐달라는 건물이 있다. 이런 건물은 청년 예술인들이 있는 미담보담이 새롭게 조망하고, 전시회를 통해 알리겠다.

- 미담보담은 어떤 단체인가.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의 근대역사 공간 안에서 현재의 소재를 연결한다. 직접 참여하고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색 전시를 진행한다. 청년도 이쁘게 다듬어 지고, 잘 성장하면 좋은 어른이 되듯이 건물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 청년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최종목표는 익산에 청년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청년마을 사업이 있다. 상상을 하면서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마을을 만들 것이다. 청년마을은 전국에 다 있다. 익산은 아직 없다. 전북형예비청년마을(10월12일) 현장실사 인화동에서 한다. 전북도에서 실시하고, 1차 서류는 통과했고, 2차 실사가 남았다.

- 목표를 소개한다면.

익산지역 구도심을 알리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그리고 다른 도시로 갈 것이다.청년들은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이게 청년 아닌가.익산 청년시청에서도 (중앙동 예술의 거리)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청년들이 모여 전시회를 제안 받아서 진행될 듯하다.

11월 26일 오픈 예정이다.청년작가들이 의지와 열정만 가지고 하는 일이다. 청년작가들이 작업을 할 때, 특별한 공간에서 전시할 때 영감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고진영‧박효준‧박지수‧이승현‧임회정‧정강‧오유림‧서가영‧이도현‧김지우‧최정혁 이들이 한 팀이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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