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인 한지장 안치용(63)씨, 사진=김도우 기자 |
[더팩트 | 전주=김도우 기자] 한지의 우수한 내구성과 보존성은 '견오백 지천년'(絹五百 紙千年)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비단의 수명은 500년이지만, 한지는 족히 1천년을 견딘다는 뜻이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뎌내는 한지(韓紙)는 한문화 발달의 바탕이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문화를 갖게 된 것도 천년을 견디는 한지 덕분이었다.
1966년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은 한지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서기 751년 불국사 중창 때 봉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에 담은 글들이 탑 속 사리함에서 약 1300년을 견뎌낸 것이다. 한지를 천년지(千年紙)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한지장 안치용(63)씨에게 한지는 천년을 잇는 역사이자 미래는 여는 시작점이다.
안씨는 한지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 산지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서 반세기 동안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만드는 외길을 걷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한지장 안치용(63)씨, 사진=김도우 기자 |
다음은 안치용 한지장과의 일문일답.
- 한지장께서는 처음 공정부터 모두 전통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그렇다. 닥나무의 묘목을 내가 처음 심었고, 지금도 재배 하고 있다. 원재료 생산부터 모든 과정을 전통방식으로 한다. 한지를 만들려면 100번 이상 손길이 필요하다.
- 기계한지와 전통한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
원료부터 다르다. 전통한지는 우리나라에서 자란 닥나무로 만들지만 기계한지는 수입펄프를 사용해 만든다. 마트에서 햄을 고를 때, 고기가 수입산인가 국산인가 따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전통한지의 비율이 있다고 들었는데.
비율이 다르다. 전통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닥 펄프 100%로 만든다. 기계한지는 10~20% 닥 펄프(수입산)이 포함되긴 하지만 전부 닥 펄프는 아니다. 햄을 고를 때 돼지고기 함량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 전통한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라고 생각하는가.
재료가 좋으면 초지를 어떻게 하든 한지는 다 잘 나온다.
- 전통한지를 계승하시는 입장에서 한지의 산업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전통한지는 산업과 별개라고 생각한다. 전통한지 방식은 생산가능 수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한지를 많이 생산하고 더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기본이 되는 닥나무를 국내에서 많이 재배해야한다.
현재는 국내에서의 닥나무재배가 수익이 많지 않아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의 나라에서 수입을 하는 실정이다. 그 나라들은 1년에 두 번씩도 식재가 가능한 곳이라 생산량이 아주 많다.
- 국내 닥나무 재배가 가능해도 닥펄프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개발해야하는 것이다.
소나무나 낙엽송을 재배해서 펄프화 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리지만, 닥나무는 식재 후 5~6년간 강한 줄기 수를 증가 시기고나면 매년 수확이 가능하다.
수량이 많고 온화한 기후에서는 잘 자라는 나무다. 많이 생산해서 환경오염 없이 펄프로 가공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동아시아의 닥나무보다 품질이 우수한 우리 닥나무를 수입하게 될 것이다.
- 한지가 대중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한지는 친환경적이다. 탄소중립정책에 발맞춰 활용도 높은 재료가 될 것이다. 복사용지를 만들 때 닥 펄프를 사용하면 화학제지가 아니라 중성지가 되는 것이다. 전통한지가 공예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도 쓰이고, 한지라는 소재를 개발하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도 있다.
- 한지와 산업과 연계는 어떤가.
우리는 전통을 추구하고 문화를 교육해야 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해야하는 것이지, 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적인 것들은 정부와 산업체들이 해줘야한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애써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scoop@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