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빈곤'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인권 보장 위해 나서야
국내 마트에서 팔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생리대./더팩트DB |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6일 이재환 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이 웃픈(?) 근황을 전해왔다. 이 전 대변인은 최근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항문농양까지 발생하면서 배농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수술 후 치료 기간에는 그동안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섞인 분비물을 배출해 내기 때문에 생리대를 착용해야만 했다"면서 "성인 남성이 생리대를 실제로 착용하는 경험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에 잠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더팩트>에 전한 성인 남성의 생리대 체험기를 다룬 기고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래는 기고문 전문.
기고문을 쓴 이재환 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창원=강보금 기자 |
생리대 가격은 천차만별이었고 크기도 다 달랐다. 제품에 따라 착용감과 흡수량은 조금씩 달랐다. 어색함과 불편함을 참고 지내던 중 문득 매달 생리대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여성에게 생리대는 경제적으로 부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성 지인들에게 생리용품 구매와 관련해 질문했고, 그 결과 경제력에 따라 부담의 강도가 달랐다.
경제적 약자일수록 제품 선택의 폭이 좁았고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꼈다.여성은 한 달에 최소 40개의 생리대가 필요하고 1년간 사용하는 생리대는 약 480개에 달한다.
또한 생리 기간과 상황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등 여러 종류의 생리대를 구매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는 여학생은 신발 깔창 또는 휴지를 사용하거나 생리 기간에 수건을 깔고 누워만 있어 학교를 결석한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생리 빈곤’은 건강권·인권 문제가 됐다.‘깔창생리대’ 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리대 지원사업을 추진했고 예산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3년간 정부의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예산은 204억4900만원으로 연간 10만~11만명이 지원받았다.
우리나라의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 38개국 중 가장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지원금을 해마다 3∼4%씩 올리고 있지만, 생리용품 가격 인상 폭은 훨씬 더 크다. 또한 저소득층 특정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은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기에 낙인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위기는 많은 여성청소년들을 ‘생리 빈곤’에 내몰고 있다. ‘생리 빈곤’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 ‘대학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13%가 "돈이 부족해 생리용품과 다른 필수용품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고, 일본단체 ‘모두의 생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가 "돈이 없어 생리용품을 아예 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세계 최초로 생리용품 무상 제공을 법제화했고, 미국 12개 주에서 여성 화장실에 무료 생리용품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는 보편 지원이 대두되고 있으며 경기도, 울산 등 지자체나 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추진하거나 시행되고 있다.
생리용품 보편 지급 관련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전문가들도 정부가 생리대를 공공필수품으로 지정해 물가상승으로부터 생리대 가격 인상을 방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가가 모든 부분을 보장해줄 수 없지만, 최소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여성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지나친 개입도 비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여성이라는 차이가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사회를 구축할 때 인권이 보장되고 양성평등도 실현된다.
그렇기에 만 11세부터 18세까지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보편 지급은 정부나 지자체의 정치적 의지가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세대의 인권을 보호하고 청소년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국가의 기본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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