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근무하던 여교사가 자신의 반 아이들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팩트DB |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1년이 지났지만, 우리 아이가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벌벌 떨릴 정도로 화가 나요."
대구 동구의 한 영어유치원에 딸을 맡겼던 어머니 A씨가 딸이 유치원에서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동구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근무하던 유치원 교사 B씨(30대·여)가 자신의 반 아이들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영어유치원의 5세반 아동 9명은 B씨가 담임을 맡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중순쯤부터 등원을 두려워하고, 일부 아동들은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몇몇 학부모들은 지난해 4월 중순쯤 유치원을 찾아가 "담임교사가 아동들에게 가혹한 체벌을 하고 있다"며 항의했고, 학원 측도 인정하며 새로운 교사를 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아이들의 이상 증상도 계속되자 학부모들은 다시 유치원을 찾아가 교실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에서 확보한 CCTV 영상에는 B씨가 보드마카를 집어 던지는 장면, 아이들을 강하게 잡아 끄는 장면, 일부러 아동을 따돌리고 방치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CCTV 영상이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정식 항의를 한 이후 촬영된 2주 분량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원장이 B씨의 아동학대사실을 인지하고도 신입생 1명을 추가로 받은 사실도 알게됐다"고 분개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아동 6명에 대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영어유치원 법인과 원장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심리 상담센터를 다녀야 했다.
피해 아동 C양(5·여)은 "교실에 친구들이 아무도 없을 때 섞은 김치(잔반)를 들고 와서 억지로 먹게 하고, 국물이 옷에 흐르니 옷을 벗겨서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처음에는 섞은 김치가 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먹고 남은 음식물이 다 섞인 잔반을 말하는 것이었다"며 "그날 입었던 옷과 유치원에서 나왔던 반찬 등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지만 CCTV 영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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