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입수부터 분석까지…평소 취재로 쌓은 인맥 큰 도움
소방 시설 작동 유무 의혹
지난달 26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진입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처 / 독자 제공 |
[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으레 ‘인재였다"라는 기사가 나오곤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강남에서 물난리가 나 외신에서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물에 잠기다’라고 보도돼 수도 서울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바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량이었지만 고질적인 상습 침수지역의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5년 '강남역 일대 침수취약지역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막대한 예산을 배정했지만 설계 문제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재해를 예방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대전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으로 달려갈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번에도 ‘인재일까’라는 의문을 던진 것이었다. 이른 시각 아울렛에서 2명이 사망했고 4명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정보는 단순 화재 그 이상의 원인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을 보고 난 뒤 그동안 소방 조직에 대한 집중 취재를 하면서 쌓아온 다양한 소방 관련 인맥들에게 추측할 수 있는 원인들을 물어보았다.
이 과정에서 지하주차장 화재가 찍힌 유일한 영상을 입수하게 됐다. 블랙박스 화면에는 화재 당시 얼마나 상황이 긴박했는지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100m 너머에 불길이 넘실거렸고 천장에서 불에 탄 잔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고 그 다음 영상을 통해 취재한 내용을 후속 기사로 썼다. 소방관과 소방학과 교수, 소방설비 전문가로부터 1시간이 넘게 소방방재시설 시스템(스프링클러, 수신기, 옥내소화전 등) 강의를 들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저렇게 불길이 치솟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영상 속 소리에도 그 증거가 담겨 있다고 알려줬다. 방재 설비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화재감지기가 작동하면 경종이 시끄럽게 울리고 대피 방송이 나게 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참사의 원인이 1차 발화에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재' 가설의 논리적 근거가 화면에 있었던 것이다.
소방시설 작동 유무에 대한 진실은 화재수신기에 담겨있다는 내용도 알게 됐고 기사에 담았다. 다른 언론사들도 스프링크러가 작동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고 수사 방향 또한 화재 원인과 방재 설비 작동 유무라는 두 방향으로 전개됐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 안 했는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 만약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번 현대아울렛 화재 또한 ‘인재’였음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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