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조사위'는 국가기밀기관?…'불통행정'으로 활동성과 '안개 속'
입력: 2022.09.28 13:41 / 수정: 2022.09.28 13:41

‘출범 취지 제대로 구현 못해’ 시민사회 불만 고조, 운영 전반 대대적 점검 필요

지난 2020년 12월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 2년을 앞두고 있지만 활동성과를 의문시하는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조사위 제공
지난 2020년 12월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 2년을 앞두고 있지만 활동성과를 의문시하는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조사위 제공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는 2020년 12월에 출범했다. 이후 출범 2년째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동안 활동성과가 시민사회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다 ‘불통 행정’으로 대국민 5‧18 인식제고 취지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5‧18조사위의 운영 전반에 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 선태 위원장은 출범 인사말에서 "인권침해 사례와 암매장과 행방불명자를 찾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히며 "또한 조사결과를 온전하게 공유해서 5‧18 왜곡이 끝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백번 맞는 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이 40주기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미진한 진상규명으로 진실을 찾는 시민사회의 목마름은 극에 달한 상태였고, 일부 극우 세력들의 5‧18 왜곡도 도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상규명의 핵심 의혹인 암매장과 행방불명자 조사에 대한 역할 집중, 5‧18 인식제고를 위한 조사결과의 공유를 강조한 송 위원장의 언급은 특별히 시민사회의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이 공언은 지켜진 것일까?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광주 시민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8일 <더팩트> 취재에 5‧18 주요 단체 임원 A씨는 "조사위가 국가 기밀기관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민 소통에 인색하다"고 주장하며 "활동성과도 안개속이고, 사무실도 서울에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불통 행정’이라고 비난을 받을만한 증거는 5‧18조사위가 발표한 조사활동 보고서 내용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5‧18 조사위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는 4건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도 그해 12월에 발표한 민간인살상사건 관련 건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시민사회와의 조사활동 공유를 위한 소통과는 무관한 보도자료 들이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가 28일 마련한 암매장 및 행불자 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5.18 관련 행불자로 인정된 최영찬씨의 아들 최승철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광주=나윤상 기자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가 28일 마련한 암매장 및 행불자 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5.18 관련 행불자로 인정된 최영찬씨의 아들 최승철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광주=나윤상 기자

2022년 상반기에도 보도 자료는 5건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 건들 중에서도 시민소통 관련 보도자료를 굳이 찾자면 당해 5월 대국민보고회 관련 한 건 뿐이다. 올 상반기 송선태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도 2건에 그첬다.

가뭄에 콩 나듯 내놓는 이 자료 외에 시민들이나 언론인들이 활동성과를 알기 위해서는 1년에 두 차례 내놓는 두꺼운 책 분량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최근 DNA 대조작업을 통해 암매장 추정 유골이 모 행불자 신원과 일치하다는 빅뉴스가 언론을 뒤덮었지만 이 과정에서도 5‧18 조사위는 함구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42년만에 암매장 유골에서 행불자 신원이 확인된 기사의 비중 때문에 기자들은 5‧18 단체, 경찰 첩보 등 비공식 정보수집 루트를 통해 기사 소스를 모으다가 오보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한 <더팩트> 취재에 대해 5‧18조사위 공보 관계자는 "아직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망경위, 당시 활동상황 등 추가조사가 필요해 밝힐 수 없다"고 발을 뺐다.

지난 26일부터 이미 언론에서 신원이 확인된 행불자의 이름이 염 모 씨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위 관계자의 ‘나 몰라라’ 식 해명은 고집스런 조직운영 관행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또한 관계자의 이 해명은 5‧18조사위가 기존에 공식 발표한 내용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을 만들고 있다.

신원이 확인된 염 모 씨는 5‧18조사위의 내부 위원회에서 의결한 행불자 인정 82명 중의 한 사람이며, 이에 따라 유족들이 보상금까지 지급받은 경우였기 때문이다.

최근 5‧18조사위 내 외부에서 활동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말들이 거론되는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불통 행정’으로 시민사회가 그동안의 성과를 의문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기간 연장 추진이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5‧18조사위는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 16명을 포함, 현원 77명에 전문위원 47명, 교수자문 22명, 법률자문 15명을 갖춘 조직으로 지난 2020년 12월 출범했으며 법적 활동기간은 2023년 12월에 끝난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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