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쌀값 폭락에 벼 갈아엎은 성난 농심…"밥 한 공기 300원 보장하라"
입력: 2022.09.21 15:07 / 수정: 2022.09.21 15:07

쌀 한가마 22만원→13만원 폭락… "쌀값 보장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더팩트 | 천안=김아영 기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쌀값에 충남지역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투쟁에 나섰다. 더이상 정부와 국회에만 기대지 않고 농민들의 힘으로 쌀값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에 따르면 이날 천안을 비롯해 논산, 당진, 보령, 부여, 서천, 아산, 예산, 청양 등 9개 시군에서 논갈이 투쟁에 나섰다.

천안농민회는 이날 풍세면의 한 논을 트랙터 4대로 갈아엎었다. 예정대로였다면 350만 원 가량의 15가마의 쌀을 수확했을 양이다.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논을 갈아엎기로 했지만 자식같이 키운 벼가 하나둘 쓰러지자 논 주인 A씨는 끝내 말을 잃었다.

농민회에 따르면 비료값과 면세유, 인건비 모두 올랐지만 쌀값은 폭락했다. 석유값이 오르면서 지난해 한 포대에 1만 800원이었던 요소비료는 올해 2만 원대를 웃돌고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구한다하더라도 10~ 20% 오른 인건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에 반해 지난해 80kg 한가마에 22만 원이었던 쌀값은 올해 13~ 15만 원까지 폭락했다. 적어도 밥 한 공기에 300원은 되어야 하는데 한 공기에 206원까지 떨어지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 방출되고 있는 밥쌀용 수입쌀의 방대한 양도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밥쌀용 수입쌀 4만 8718톤이 공매입찰 물량으로 나와 4만 3138톤이 낙찰됐다.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 올해도 8월 기준 2만 1250톤이 공매입찰 물량으로 나와 1만 7297톤이 낙찰된 것으로 파악됐다.

aT는 올해만 3차례 국내 쌀 시장격리가 진행되는 동안 밥쌀용 수입쌀을 방출했다가 9월 19일이 돼서야 수입쌀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미 전년 수확기 대비 23.1% 폭락한 뒤였다.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농민회가 요구하는 것은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올해처럼 쌀값이 폭락하면 남아있는 쌀을 시장에서 자동격리해 쌀값을 보존해달라는 것이다.

김병수 천안농민회 회장은 "수확을 앞둔 쌀을 뒤엎는다는 것은 자식을 잃는 아픔만큼이나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쌀변동형직불금제도, 자동시장격리제 등으로 쌀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쌀값은 끝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산품은 만든 사람이 제품값을 매기는데 쌀값은 농민들이 매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남아있는 쌀을 자동 격리시키거나 수입용 쌀 방출을 제지하면 쌀값이 잡힐텐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가격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양곡관리법개정안에 대해서 여야는 서로 미루고만 있다"며 "더이상 정부와 국회에 기대지 않고 농민들의 힘으로 쌀값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논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가늠도 할 수 없다"며 "농민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농민회에서 요구한 사안들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천안농민회가 21일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thefactcc@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