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립청소년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 던져지는 청소년들 ➁
입력: 2022.09.19 17:28 / 수정: 2022.09.19 17:29

보호종료 아동들 50% “죽고 싶다” 생각한 적 있어…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싶어

보호종료 아동들 50%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 던져지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픽사베이 갈무리
보호종료 아동들 50%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 던져지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픽사베이 갈무리

보육시설을 나와 사회에 나선 자립청소년의 비극적 자살이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에서 50%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누가 이 청소년들을 벼랑으로 내 몰고 있을까. <더 팩트>가 자립청소년의 비극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광주 =나윤상 기자]A 군은 전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다.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고 시설에 있다가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했다. A군이 쉼터에서 나와 자립할 당시에는 정착금도 없었다. 맨몸으로 사회에 던져진 바나 다름이 없었다.

A 군은 17일 “현재 LH에서 지원받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 밝히며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금액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유지하고 있다” 고 근황을 전했다.

A 군이 독립하고 나서 가장 힘든 점은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A 군은 시설에 들어오기 전에 가정 밖 청소년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가출 청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외로움이외의 두려움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는 두려운 것은 딱히 없었다 라고 말한다.

기자가 독립하기 전에 이제 홀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퇴소 두 달 전에 자립을 위한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준비했다. 대학교에 갈 때 필요한 공과금이나 이런 것도 미리 준비하고 도움도 받고 그랬다” 라고 말했다.

혹시나 관공서에서 서류 준비 같은 것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이혼 한 어머니를 찾으러 복지센터에 많이 갔었다. 초본이나 이런 서류들을 어릴 때부터 발급받다보니 그러한 것들이 크게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름대로 준비가 잘 되어 자립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에게도 결코 극복할 수 없었던 문제는 ‘평범해질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A 군은 “친구들과 같이 있다 보면 내가 다른 세상 속 인간처럼 느껴진다” 면서 “비가 오면 부모님이 우산을 가지고 오는 것, 용돈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질감을 느낀다” 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쉼터 안에서 생활할 때는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이어서 대화도 잘 되고 그랬다. 자립하고 대학교에 다니면서 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A 군은 군 복무도 치렀다. 군 생활은 경기도에서 했다. A 군은 “군대에서 훈련소 퇴소식을 하는데 시설에서 소장님이랑 아이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면서 “다른 동기들은 가족들이 온 것에 반해 나를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동기들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않을까 그게 더 염려스러웠다” 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A 군은 “속된 말로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다” 면서 “우리는 아무리 변하려 해도 다른 아이들과 냄새부터 틀리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이 정답일 것” 이라고 말하면서 그러한 무늬를 지우기 위해 본인이 자라온 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자가 그에게 광주를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냐는 질문에 “나 역시 광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몇 번 들기도 했다. 아무도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싶은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고 말하며 “자라온 곳에서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은연중에 나를 그 틀 안에 맞추려고 한다. 내가 시설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나의 주변 친구들은 다 안다. 그게 싫었다.” 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A 군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고 수급비와 아르바이트로 받는 금액으로 저 혼자 생활하기에는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 면서도 “내가 찾는 평범함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더 공허해지는 기분이 찾아왔다.” 고 밝혔다.

A 군은 어린 시절에 결핍된 것들로부터 비롯된 공허함을 영원히 극복하거나 채울 수 없다는 절망감을 호소했다.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집단지성의 대안은 무엇일까? 공동체 구성원들의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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