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악열차 멈추라”…국립공원 1호 지리산 ‘백두대간 그대로’
입력: 2022.09.18 12:00 / 수정: 2022.09.18 12:25

전기 산악열차 추진에 다시 숨가쁜 지리산

온몸으로 누웠다. 지리산 백두대간을 구하라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한 현장 퍼포먼스가 17일 정령치 고기삼거리에서 진행됐다. /정재욱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 제공
"온몸으로 누웠다. 지리산 백두대간을 구하라"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한 현장 퍼포먼스가 17일 정령치 고기삼거리에서 진행됐다. /정재욱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 제공

[더팩트 | 남원·전주= 김도우 기자] 지리산 누군가는 다녀간 곳이고, 조만간 다녀갈 곳이다.지리산은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國立公園)은 자연환경, 풍광, 국민 여가, 학술적 가치 등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을 지정한다.

지리산은 1967년 대한민국 처음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름은 국립'공원'이나 자연 보호구역의 다른 말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 첫 국민공원 지리산을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놔두고, 보고 느끼고 다녀가고, 감동받고, 기운을 얻어 가자는 것이 산악열차를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이다.

민족의 영산. 국립공원 1호. 어머니의 산. 생명의 산. 이렇게 여러 다른 이름을 가진 지리산(1915m)이 개발 놓고 갈팡질팡이다.

전북 남원시는 지리산에 친환경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국립공원 제정 취지가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인데, 현재 세대를 위한 개발 논리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정재욱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제공
환경단체는 국립공원 제정 취지가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인데, 현재 세대를 위한 개발 논리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정재욱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제공

환경단체, 시민들은 친환경으로 포장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남원시는 2012년 케이블카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2013년부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유는 겨울 폭설과 결빙으로 차량 통행이 어려워 이 지역 주민들에게 교통권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탄소배출 저감,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더했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휴게소 총 13.22㎞ 중 시범노선 1㎞가 당장 논란에 휩싸였다.

시범노선 구간인 고기삼거리~고기댐은 지리산 권역이지만, 지리산국립공원이 아닌 곳이다.

남원시는 "시범구간 운영 중 드러나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은 "일단 국립공원이 아닌 곳에서 시범구간을 운영한 뒤 야금야금, 여론을 무마하면서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에서 시행한 공모에서 남원시가 우선 협상 대상 지자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수면 위에 올랐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남원시는 2013년 철기연과 ‘지리산 산악철도 기술교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2년 양양·남원·함양·산청·구례·영암 등 6개 지자체가 추진한 내륙형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국공위)에서 부결된 직후다.

지난 6월 환경부는 구례군이 453억원을 들여 산동면 지리산온천랜드~지리산 우번대(해발 1300m) 하반부를 잇는 3.1㎞ 구간을 케이블카로 잇는 사업 계획을 반려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케이블카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탔을 뿐, 조용하고 집요하게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 구례 섬진강 하류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사진=김도우 기
전남 구례 섬진강 하류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사진=김도우 기

남원시는 "내연기관 차량으로 인한 소음·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를 해소하고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간 폭설·결빙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주민들에게 교통기본권을 제공하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상용화되면 161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1128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산악열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기존 도로를 가로지르는 동물들은 궤도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소음을 없애기 위해 추진한다는 전기열차는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그것도 가끔 통행하는 자동차와 달리 온종일 내기 때문에 야생동물에 더 위협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정령치로에는 ‘야생동물 주의’ 팻말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야생동물이 도로를 넘나든다는 의미다.

이곳 지리산 서북면은 반달가슴곰의 주요 이동 경로다.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통해 덕유산·속리산 등으로 이동하다가도 겨울잠을 위해 돌아오는 요지다.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는 사업추진 계획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반대대책위는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다. 시범구간 1㎞를 먼저 추진만 한 채, 다음 단계인 실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시범구간에 고철 덩어리를 덜렁 갖다놓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는 사업추진 계획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반대대책위는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다. 시범구간 1㎞를 먼저 추진만 한 채, 다음 단계인 실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시범구간에 고철 덩어리를 덜렁 갖다놓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재욱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은 "산악열차가 생기면 국가복원사업 대상인 반달가슴곰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악열차가 기존 법에 줄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13.22㎞ 중 9.5㎞는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립공원변경사업이자 국공위 심의 대상이 된다.

기존 도로의 굴곡이 워낙 심해 산악열차를 운행하려면 회전각을 완만하게 해야 하므로 산림 훼손이 계획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리산 산악열차가 국립공원·백두대간 등의 보호지역까지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산악관광정책의 시작점이라 판단하고 있다.

남원지역 4대 종단 종교인, 지리산이 들어가는 시민환경단체들도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환경 훼손을 가속해 생태계 교란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외쳤다. 사진=정재욱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외쳤다. 사진=정재욱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에 모인 환경단체들은 25일 지리산 정령치에서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 워크숍을 진행한다.

지리산 산악열차를 왜 반대하는지, 백지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곳에 설치되는지. 논의하고 지리산을 품는다.

1시까지 모여 고기댐을 걷고, 3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미사를 진행한다. 5시에는 남원 예촌 앞마당에서 ‘지리산 시민문화제’가 열린다.

지리산권 5개 시군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우리들의 지리산, 나의 지리산"을 주제로 이야기도 나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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