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식수원, 낙동강의 '녹색 재난'[TF기획]
입력: 2022.09.11 08:00 / 수정: 2022.09.11 08:00

환경단체 "낙동강 8개 보 수문 열어 녹조 독 막아야"

최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 이어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2018년 녹조로 뒤뎦여 있는 창녕합천보. /더팩트DB
최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 이어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2018년 녹조로 뒤뎦여 있는 창녕합천보. /더팩트DB

[더팩트ㅣ부산=김신은·조탁만 기자] 최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 이어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발생이 주된 원인이다. 부산은 상수원의 88%를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살리려면 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녹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폭염과 장마 등 날씨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

◆ 다대포해수욕장 이어 수영구 가정집 수돗물서 '녹조 독' 검출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을 검사한 결과, 녹조에 포함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생성하는 독성물질인 BMAA(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이 1.116ppb(10억분의 1) 검출됐다.

BMAA는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근위축성측색경화(루게릭병) 등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이들 단체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확인된 BMAA가 낙동강 녹조의 대규모 창궐 시기 이후 보를 개방하면서 바닷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BMAA의 특성상 다대포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낙동강 다른 지점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욕장에 이어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또 한 번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인근 지역 수돗물 녹조 독소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부산과 경남·대구·경북 지역 내 식당, 가정집, 연구시설 등 22곳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부산에서는 시내 6개 구역(부산진구, 사상구, 수영구, 동래구, 해운대구, 부경대) 중 수영구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0.061ppb 검출됐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의 안전기준치(0.03ppb)의 2.03배에 달하는 수치다.

남세균의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은 암과 간 질환,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위해 물질로, 아프리카 코끼리 350마리를 몰살시킬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에 따르면 녹조가 발생한 농업용수로 재배한 쌀·무·배추 등 농산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미국 등 선진국 연구에 따르면 녹조 독성은 에어로졸 형태로 주변 5km까지 확산할 수 있다.

◆ 환경단체 "4대강 사업 녹조 키워" vs 지자체 "폭염·장마 영향"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가 과도하게 증식해 물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녹조가 번성하는 조건으로 오염물질과 고수온(25℃ 이상), 체류(정체) 시간 등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환경단체들은 이 중 체류 시간에 해당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강물의 흐름을 막아 심각한 녹조 현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듯 10년째 보로 막혀 정체된 강이 녹조를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공사가 끝난 2011년 이후 3년 사이 녹조 등 이상 징후 발견 횟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낙동강이 흐르면 천연 수질정화 필터인 모래톱이 돌아오고, 강바닥 청소부 역할을 하는 각종 저서생물들이 돌아와 강바닥을 정화해줄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낙동강부산네트워크는 "수문만 열면 낙동강은 스스로를 치유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여는 것만이 녹조를 종식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자체는 녹조가 폭염과 장마 등 날씨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녹조 현상은 기온 상승과 연관이 깊다. 기온이 올라가 수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일조량이 많아지면 수중으로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되면서 녹조류가 활발하게 증식한다"며 "특히 올해는 강수량도 적어 유독 녹조 현상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부는 지난달 23일과 24일 부산 화명·덕산, 경남 마산칠서·반송·대산·삼계, 경북 구미·고령 등 정수장 10곳 수돗물을 환경부 고시에 규정된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법)과 ELISA법으로 분석했을 때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단체가 활용한 효소면역측정법(ELISA)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제시하는 조류독소 분석법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표시한계가 ‘1L당 0.3㎍’으로 이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할 때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낙동강 의존율 88% 부산…대책은 '취수원 다변화 및 정수처리 강화'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크게 4개의 정수장이 있다. 낙동강을 원수로 한 덕산·화명정수장과 회동수원지 및 법기수원지의 물을 각각 원수로 한 명장·범어사정수장이다.

1일 생산량은 덕산 55만~60만t, 화명 35만t, 명장 11만~12만t, 범어사 2000t 등이다. 이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덕산·화명 정수장의 경우 88%가 낙동강을 원수로 한다.

부산시는 낙동강 녹조 문제 대책으로 취수원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6월 30일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이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심의, 의결했다.

이 사업에는 합천 황강 복류수(45만t)와 창녕 낙동강변여과수(45만t) 등에서 하루 평균 90만t을 개발해 경남 중동부 48만t을 우선 배분하고, 부산에도 42만t을 공급하기 위해 취수시설과 관로를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물 부족을 우려하는 농민 등 지역 사회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시는 먹는 조류 유입이 적은 수면 아래에 취수탑을 설치하는 용역을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덕산·화명정수장에 2025년까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취수 단계에서 조류 차단막과 살수시설을 이중 운영하고, 정수처리 공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남세균 독소 문제는 단지 낙동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재차 강조했다.

단체는 "낙동강 농수산물은 전국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전국의 문제이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문제"라며 "'강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는 말이 있듯 대규모 녹조 창궐은 낙동강이 병들었다는 걸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이자 낙동강이 우리에게 보내는 SOS 신호다.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tlsdms77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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