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할머니가 박진 장관에게 전한 손 편지...시민들 ‘울컥’
입력: 2022.09.03 15:10 / 수정: 2022.09.03 15:10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놔야…다른 사람이 주는 돈은 안 받아…대통령에게 꼭 전해라”

지난 1일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찾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한 손 편지가 SNS를 통해 알려지며, 이를 읽은 시민들은 할머니의 기구한 삶에 눈시울을 붉혔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일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찾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한 손 편지가 SNS를 통해 알려지며, 이를 읽은 시민들은 할머니의 기구한 삶에 눈시울을 붉혔다. /페이스북 캡처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일본에 간 것이 국민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급장이 먼저 가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편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1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광주를 방문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서라는 취지의 방문이었다. 박 장관은 약속대로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집을 찾은 박 장관에게 미리 써놓은 손 편지를 전했다. 31년생, 우리나이 93세인 양 할머니는 요즘 들어 부쩍 몸도 성치 않아 자신의 속마음을 박 장관에게 충분히 털어놓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미리 손 편지를 써놓았다.

편지를 건네받은 박 장관은 "합리적 해결책을 찾겠다"는 말 외에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양 할머니가 박장관에게 전한 손 편지가 2일 SNS에 공개되며, 이를 읽은 시민들의 눈시울이 축축하게 젖었다. 어떻게 그런 세월을 견딜 수 있었느냐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양 할머니는 편지의 첫머리에 "일본에 간 것이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급장이 먼저 가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됐다. 그 소리가 모두 거짓말이었다. 죽도록 일만했지, 돈은 일원 한 장 받지 못했다. 나는 그때 근로정신대가 뭔지도 몰랐다"고 적었다.

편지글에 따르면 양 할머니의 삶은 징용을 마치고 돌아온 고국에서도 눈물겨웠다.

"결혼해서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남편이 구박하고 몇 년째 집에 오지 않았다.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나고 놀렸다. 그동안 흘린 눈물로 배 한 척도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어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다. 그런데도 몇 년째인가?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하나?"고 반문했다.

끝으로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놔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되나?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다.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한다"고 글을 마쳤다.

양 할머니는 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로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18년 11월에 대법원 최종 승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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