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장관 2일 강제징용 피해자 면담…결과는 알맹이 없는 ‘맹탕’
입력: 2022.09.02 16:29 / 수정: 2022.09.02 16:29

일본 정부 사과, 대법원 의견서 철회 모두 거부, 시민모임 “도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다”

2일 박진 외교부장관은 광주를 찾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났지만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합동기자단 제공
2일 박진 외교부장관은 광주를 찾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났지만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합동기자단 제공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2일 박진 외교부장관이 광주를 찾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났으나 ‘일본 정부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 는 피해자들의 요청에 끝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 정부에 사과요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이 날 오후 1시 광주에 도착한 박 장관은 우산동에 거주하는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를 먼저 방문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43년에 일본 이와테현 소재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다.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을 직접 뵙고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서 왔다는 박 장관에게 이 할아버지는 일본의 사과 문제부터 끄집어냈다.

이 할아버지는 24년생으로 100세의 고령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이 할아버지를 부양하고 있는 가족은 “평소에 아버지가 승소를 해서 이겼는데도 어떠한 결말도 없고 주변에 친구들과 동생도 먼저 죽었다며 (속상해 하신다)” 고 말하고 “일본에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일본에서 사죄를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노력해 달라)” 고 요청했다.

이에 박 장관은 “문제가 잘 풀리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저희가 방안을 잘 마련하겠다” 라고 말하면서도 일본의 사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합동기자단 제공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합동기자단 제공

두 번째 일정으로 박 장관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찾았다.

양 할머니는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말을 건넸고 박 장관은 “강제징용으로 고초를 겪으신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고 가슴에 묻어주신 말씀을 경청하러 왔다” 고 화답했다.

31년생인 양금덕 할머니는 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로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18년 11월에 대법원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양 할머니는 “일본 사람에게 압박당한 일을 생각하면 한도 못 풀고 죽을 줄 알았다” 며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이렇게 (강한 나라가 되어) 당당히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고 일본에 강한 압력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에게 주려고 미리 써놓은 편지를 건냈다.

편지에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중략) 우리 정부 무슨 말 한 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라며 정부가 나서서 일본에게 사죄를 요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편지를 읽고 난 후 “강제징용 문제 이것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빨리 마련해서” 라고 말한 후 “(일본과는)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서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가자 이런 이야기를 (일본과) 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질의응답하고 있다. /합동기자단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집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질의응답하고 있다. /합동기자단 제공

박 장관은 광주를 찾으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과 달리 이 문제의 본질인 일본의 사죄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모호한 합리적 해결책만을 거듭 강조했다.

피해자들을 만나고 나온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대법원에 낸 의견서는 법령에 따라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낸 것이기에 철회는 없다” 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박 장관의 이날 피해자 면담은 알맹이 없는 ‘맹탕’에 그쳤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도대체 박 장관이 왜 광주를 방문했는지를 알 수 없다”고 허탈해 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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