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식 여행스케치 대표는 코로나19로 3년 동안 제대로 일을 못했다. 세금이라도 아끼려고 번호판까지 반납했는데 더는 못 버틸 지경이다고 말했다./전주=김도우 기자

[더팩트 | 전주=김도우기자] "한번도 경험 못한 일이다. 가을 수학여행 3년을 기다렸는데, 취소 사례가 계속 이어질까 걱정이다"

박종식 여행스케치 대표(56)는 한숨부터 내셨다.

최근 2학기를 맞아 수학여행 취소 사례가 이어지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체관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학여행 예약취소가 이어질 경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주부터 수학여행 취소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해 오는 11월까지 예약돼 있던 일정이 현재 취소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때문에 취소하는 것도 있지만, 교육청 등 상급기관에서 수학여행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며 "9~11월이 단체관광이 몰리는 시기인데, 취소가 이어질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전세버스 업계는 9~11월 단체관광 중 수학여행단 비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대규모 단체관광 대신 소규모 패키지 여행 혹은 개별 관광으로 관광 트렌드가 변화한 데다 대규모 MICE 행사 또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규모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며 기름 값 부담이 여전한 데다 코로나19 여파에 수익이 떨어지면서 전세버스 기사들이 대거 이탈한 것도 업계의 근심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형택 전북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단체관광에서 수학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수학여행이 주춤하면 업체에는 피해가 직접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현재 수학여행이 조금씩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라며 "전세버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등 적정 요금제도 시급이 도입되어야 하지만, 당장 수학여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하늘 고속관광 대표는 교육부가 지난 8월4일 수학여행 등 비교과활동도 학교가 판단해 실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북만 연기하고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전주=김도우 기자

◇전북교육청 공문 한 장에 업계는 초비상, 학교는 눈치

전세버스 업계는 최근 전북도교육청에서 발송한 공문이 학교의 수학여행 취소를 부채질 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인 하늘고속관광 대표(66)는 "‘2학기 테마식 현장체험학습 운영 재안내’를 통해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으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권고한다는 문구 때문에 일선 학교는 수학여행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교육청에서는 공문하나 보내고, 일선학교는 그 공문을 근거로 취소 전화하면 끝이다"며 "항공, 호텔, 차량, 식당 등 여행지 예약 취소는 전적으로 우리 몫"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당일여행은 100%로 취소된 상태이고, 수학여행은 연기된 상황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학여행 한번 가려면 전세버스 10대에 200여명을 준비해야 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취소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억울해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차량 연식제한, 올바른 계약, 공동수급만 해결해 줘도 좋겠다는 입장이다.

수학여행을 가면서 학교와 계약이 전반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전세버스 업계는 코로나19 3년 차를 맞으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업계는 정부나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학사일정을 기존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버스 대표들은 "전북만 수학여행을 미루고 있다"며 "2학기 수학여행을 못간다면 다수 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전세버스 운행률은 20% 수준으로 화물, 용달, 노선버스, 시내버스의 70% 이상 운행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못 미치는 여건"이라며 "차량 번호판을 반납하고 휴업 신청을 하면 보험금이나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무실 운영비 등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은 휴업 신청을 하더라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업체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박형택 이사장은 "전세버스는 노선이 없는 오지는 물론 지역 학생 통학, 근로자 통근 등에 없어서는 안 될 도민의 ‘발’"이라며 "생사 기로에 있는 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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