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마약 타고 '내기 골프'…금품 가로챈 일당 주범 구속기소
커피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타는 모습. 사진=전북경찰청제공 |
[더팩트 | 전주=김도우 기자] 마약류를 탄 커피를 지인에게 먹이고 1타당 30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쳐 십년지기 친구로부터 5500여만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등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권찬혁 부장검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A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4월 8일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쳐 D(52)씨의 돈 5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충청지역 폭력조직원인 A씨는 B씨 등과 함께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채기로 모의한 뒤 친구 사이인 D씨에게 접근해 "동반자들을 모을 테니 내기 골프를 한번 하자"며 꼬드겼다.
이에 A씨와 평소 함께 골프를 자주 쳤고 실력에 자신감을 보인 D씨가 응하자 이들은 항불안제로 사용하는 신경안정제를 탄 커피를 마시게 한 뒤 라운딩에 돌입했다. 이 신경안정제는 복용 시 기억상실 작용도 있어 예비마취제로도 사용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약품은 C씨가 미리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4홀 정도까지는 1타당 1만∼30만원씩을 걸고 내기를 하다 이후 D씨가 약효로 인해 평소와 달리 집중력을 상실하며 실수를 반복하자 판돈을 50만∼100만원으로 올렸다.
또 전후반이 끝날을 땐 자신들의 평소 평균 타수를 넘긴 타수당 판돈의 벌칙을 부과하는 일명 ‘핸디치기’로 1타당 200만원을 내놓게 했다.
이 과정에서 약 기운이 오른 D씨는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기 게임 중단을 요구했지만, 동반자들은 "매너를 지켜야 한다"며 얼음물과 두통약 등을 건네며 경기 진행을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평소 80타대 초중반 정도의 실력이었던 D씨는 결국 이날 104타를 쳐 꼴찌를 했고 55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잃었다. 동반자들은 75∼83타를 기록했다.
D씨는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데다 라운딩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기고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한 뒤 커피에 약물을 탄 장면 등이 담긴 영상 등을 확보하고 일당의 차량에서 다량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을 위해 각각 피해자 섭외, 바람잡이, 약물 커피 제조, 금전 대여 등 역할을 분담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 2명과 범행을 함께한 공범들도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