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혈세 먹는 화순 한약유통단지 8개월째 ‘불 꺼져’
입력: 2022.08.25 11:32 / 수정: 2022.08.25 11:32

공장 멈췄지만 군 2030년까지 민간사업자에 240억 지급해야…재가동도 ‘난망’

2006년 화순군이 수백억을 투입해 조성한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이하 한약재 유통시설)이 8개월 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광주=나윤상
2006년 화순군이 수백억을 투입해 조성한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이하 한약재 유통시설)이 8개월 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광주=나윤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2006년 화순군이 수백억을 투입해 조성한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이하 한약재 유통시설)이 8개월 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화순 한약재 유통시설 사업은 BTL(임대형 민자사업) 사업이다. 임대형 민자사업은 민간업자가 시설을 세워주고 매년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로 갚는 방식이다.

당시 화순군은 참살이와 협약을 체결했는데 참살이는 100억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화순군은 매년 12억의 임대료를 참살이에 납부해야 한다. 2030년까지 총 240억원 정도를 주는 것인데, 이는 경영상황하고는 상관없이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2010년 9월 화순군은 전완준 군수 시절 사업비 100억 원을 투입하여 한약재 유통시설을 준공했다.

당시 전완준 군수는 “화순군에서 연간 1000톤의 한약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꾸준히 재배면적을 늘려 연간 3000 톤 정도를 생산해서 수지를 맞추겠다” 며 농가의 참여를 독려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 준공으로 화순군은 바이오 메디칼 클러스터 구축에 큰 획을 그었다” 며 핑크빛 미래를 내다봤다.

2013년 홍이식 군수시절에는 시설물관리서비스 제공 실태에 서비스평가를 했는데 시설의 유용성, 안전성 및 내구성, 유지관리서비스 전 분야에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하지만 이 때 받은 최고등급은 사업성과 부분이 결여된 평가였다.

우수한약재유통센터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광주=나윤상
우수한약재유통센터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광주=나윤상

2014년 194회 군 의회 임시회 보건소 업무보고에서 2013년 한약재 유통시설에서 수매한 한약재는 18억 원인데 수입은 마이너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문행주 군의원은 “한약재 유통 경영진은 이곳 정상화를 위해 감자를 요구했다. 화순군이 한약재 유통에 가지고 있는 지분 50%를 감자해 민간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이는 통상 자기자본을 침식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2013년에 이미 사업은 쌓인 적자폭으로 위험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같은 화순군의원인 이선 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첫 출발부터 경영진을 잘못 뽑았다. 김행중 이사장은 한약 장사를 하는 분인데 한약재 유통을 맡긴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지적하며 “전국단위 공모를 거쳐 적임자를 선임했어야 했다” 고 비판했다.

한약재 유통시설 김행중 이사장은 전남한약재조합 대표를 역임한 사람이며, 공모를 거쳐 선임된 것이 아니라 군수가 직접 낙점해서 경영을 맡긴 부적절한 과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2014년 김행중 이사장은 약 30여 건의 소송을 거치며 자진 사퇴했다.

(주)메가바이오도 사업부진을 겪다 철수했다/광주=나윤상
(주)메가바이오도 사업부진을 겪다 철수했다/광주=나윤상

이후 한약재 유통은 적절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3번의 사업자 유치실패 끝에 2015년에 ‘전통의학연구소’로 22억 6500만원에 이전하게 된다. 전통의학연구소의 자회사인 ‘메가바이오’가 새로운 경영자가 됐다.

하지만 메가바이오도 성공을 하지 못하고 2021년 말쯤 사업을 철회하게 된다.

결국 화순 한약재 유통사업은 다시 가동을 멈추고 군민들의 혈세만 매달 12억 이상 씩 쏟아 붓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업전담부서인 화순 보건소 관계자는 “메가바이오 산업이 철수하면서 화순군에 줘야 할 금액이 약 5억원 정도 된다. 독촉도 해보고 압류도 해놨다” 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하지만 현재로선 메가바이오 측과 연락도 안 되고 돈 받을 길은 묘연한 상황이다” 고 털어놨다.

지금껏 사업부진에 대해서 성과평가를 해 봤느냐는 질문에 “당시 우수한약재유통 BTL 사업이 화순을 포함해서 안동, 제천, 평창, 진안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있었다. 아마 경쟁력에서 뒤진 것 아닌가 싶다” 라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어 “메가바이오 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아마 결손처리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 말했다. 사업자 재선정에 대해서는 “9월 말경에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 밝혔다.

화순군청 전경./ 화순군 제공
화순군청 전경./ 화순군 제공

구순규 화순군수는 “화순에서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상을 하고는 있지만 빠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구 군수는 화순의 최대 현안임을 강조하면서도 취임 후 현장 방문조차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 군수는 “현재 1공장과 2공장이 있는데 1공장은 부지와 건물이 다 화순군 것이고 2공장은 부지는 화순군이며 공장시설은 메가바이오 건물이다. 평가액은 약 60억 정도하는데 현재 강제경매 진행 중이다. 3차까지 매각이 실패하면서 17억까지 값이 떨어졌다.” 고 말하고 “다시 살펴보겠지만 화순군이 이 시설을 경매 받아 메가바이오가 화순군에 미납한 금액을 상환한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하지만 화순군이 2공장을 매입하려면 전남도의 승인과 화순군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고 이미 여러 사업자가 실패한 만큼 앞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은 한참 더딜 듯하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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