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들 걱정 깊어간다
입력: 2022.08.25 09:50 / 수정: 2022.08.25 09:50

대다수 무국적자 체류 만기 ‘눈앞’…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대책 마련 시급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방송이 24일 우크라이나 탈출 광주 정착 고려인 동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현재 삶과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려방송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방송이 24일 우크라이나 탈출 광주 정착 고려인 동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현재 삶과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려방송 제공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들이 전쟁이 소모전 형태로 장기화되면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폴란드, 몰도바, 헝가리 등 우크라 인근 국가로 탈출한 후 비자를 받아 국내 입국한 고려인동포는 13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고려인마을 항공권 지원을 받은 고려인동포 수는 24일 현재 600여 명이며, 광주에 안착한 고려인은 450여 명이다.

지난 24일 고려인마을 산하 지상파 방송인 고려방송은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동포들과 인터뷰를 갖고 이들의 현재 삶과 미래를 진단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고려인동포 한라리사(50세)씨는 "우크라이나에 살며 평생 힘겹게 모아 산 집과 재산 모두가 전쟁으로 사라졌다. 이제 우리 우크라 출신 고려인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면서 "저를 비롯한 고려인동포 대다수는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번 전쟁으로 국내 입국한 고려인 중 일부는 무국적자다. 국적이 없다 보니 당연히 여권도 없다. 뿐만 아니라 무국적자이기에 돌아갈 곳도 없다고 이들은 하소연 했다.

무국적자인 김율랴(58세)씨는 지난 30년동안 보관하고 있던 구소련 신분증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루마니아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결과 정부의 입국절차 간소화 조처로 간신히 여행증명서를 받아 조상의 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행증명서 기간 만료일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정책에 따라 체류상황이 바뀔 수 있다. 현재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체류비자는 난민비자인 G-1 이다. 체류기간은 6개월이다. 6개월에 한번은 관할 출입국사무소를 방문 체류기간을 연장 받아야 한다.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날 인터뷰에 참여한 고려인 대부분은 "체류비자로 인한 두려움이 나날인 커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행여 추방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거나 "국적은 물론 영주권, 아니 장기체류비자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난 후 ‘하루 하루가 피를 말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리 고려인들은 단순히 외국인근로자가 아닌 일제강점기 국권회복에 헌신한 항일독립투사 후예이자 피를 나눈 우리의 형제임을 기억해주기 바란다"며 "고려인들의 대한민국 국적 회복이 어렵다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재외동포(F-4)비자라도 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전했다.

한편, 고려인마을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의 장기화로 국내 입국을 원하는 고려인동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항공권을 지원한 동포 600여 명에 이어 대기자 400여명 등 총 1000명을 지원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출입국, 학교편입, 숙식지원 위한 통역사 등 수발 인력 확보는 물론 항공권 지원을 위한 모금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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