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갭 이어' 정책이 필요하다"
김요한 전 과장은 “청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일자리 이전에 자신이 가야 될 어떤 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팩트>와 인터뷰중인 김요한 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 대구 = 박성원 기자 |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청년문제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이를 풀어보고자 지난 2017년 대구시는 청년정채과를 신설하고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총괄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청년문제를 풀어보고자 했다.
이에 (재)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에서 13년간 근무하며 청년정책 자문역할을 하던 김요한 전 과장이 2017년 5월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으로 임용되면서 대구시 청년정책을 지난 5년간 현장과 소통하며 진두지휘해 왔다.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5년 계약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요한 전 과장은 최근 펴낸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에서 “내 손에 들어온 공이 고무공이 아니라 유리공처럼 느껴졌다. 피하면 훗날 후배 세대들에게 내 인생이 부끄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이는 대구시가 2017년 1월 청년정책과를 신설하면서 과장 보직을 개방형 직위로 두번이나 외부 공모를 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김 전 과장에게 주변의 권유가 이어지자 이를 받아들인 김 전 과장의 설명이다.
대구시 중구 이상화 생가터의 대구시 청년응원 카페인 '라일락 뜨락 1956' 카페에서 김요한 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이 자신이 쓴 책 '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학이사 펴냄)를 들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
<더팩트>는 17일 대구 중구 이상화 생가터의 청년응원 카페인 ‘라일락 뜨락 1956’에서 김요한 전 과장을 만나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가지는 대구시 청년정책 태동과 발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김요한 전 과장은 “청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일자리 이전에 자신이 가야 될 어떤 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생산과 소비가 멀어지면 그 제품과 서비스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책도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민 청년의 삶의 현장하고 거리가 멀어지면 그 정책은 미스매치로 실패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정책과 현장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요구와 그 이면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만나보니 일자리 이전에 자기의 정체성과 앞으로 가야 될 어떤 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했었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단순히 현금성 지원이나 직장을 구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청년 개개인이 자신의 적성과 관심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이 얼마 안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인문학 관련 책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김 전 과장은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일자리 이전에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버드 대학은 입학이 결정된 학생들에게 ‘갭 이어’ 정책을 권장하고 있다며 대학 입학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고 입학 후에도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재충전의 시간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자체 대부분의 청년 정책이 구직 활동을 하는 시점에 취업에 초점을 맞춰 현금성 지원이나 중소기업에 지원을 해 청년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반면 대구시 청년정책은 ‘갭 이어’ 정책을 기반으로 단계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년이 일자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상황이 다르고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김 전 과장은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기 이전에 본인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사실상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위 진로 탐색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진로탐색을 통해 청년들이 단계별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찾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대구시의 정책방향이었다.
<더팩트>와 17일 인터뷰 중인 김요한 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 대구 = 박성원 기자 |
5년간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으로 역할을 마친 그는 “청년정책 태동기가 지나 이제는 정착기로 들어섰다”며 “민간 전문가가 굳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오히려 행정에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정책을 더 발전시키고 규모를 키우는데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 뿐만 아니라 중장년도 갭이어가 필요하다. 저도 역할을 끝내고 다음 역할을 찾아가는 탐색과 준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