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해남의 특별한 광복절”기쁨과 눈물의 역사를 되새긴다
입력: 2022.08.13 12:41 / 수정: 2022.08.13 12:41

해남군 지난 12~15일 무궁화 꽃축제, 옥매광산 추모제, 화산면민의 날 연달아

해남군 옥천면 무궁화꽃 축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명현관 군수/해남군 제공
해남군 옥천면 무궁화꽃 축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명현관 군수/해남군 제공
해남군 옥천면 영신리 양한묵 선생 생가 및 기념관에서 열린 작은 무궁화 축제/해남군 제공
해남군 옥천면 영신리 양한묵 선생 생가 및 기념관에서 열린 작은 무궁화 축제/해남군 제공

[더팩트 I 해남=최영남 기자]광복절을 앞두고 땅끝 해남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아 12~15일 해남군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연달아 열린다. 전남 해남의 광복절 기념행사는 군민들이 주도하여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자생적 행사로, 광복의 주인공이었던 군민들이 광복의 감동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고 있다.

12일에는 옥천면에서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양한묵 선생을 기리는 무궁화 축제가 열렸다. 양한묵 선생은 옥천면 영신마을에서 태어나 19세에 외가가 있는 화순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해남에 거주했다.

옥중에서 숨진 유일한 민족대표로서"독립을 계획하는 것은 조선인의 의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고 가혹한 고문으로 지난 1919년 5월 26일 서대문 감옥에서 순국했다.

옥천면 무궁화 축제는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나라꽃 무궁화를 주제로 지난 2015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옥천초등학교 전교생이 참여한 나라 사랑 그림 전시회와 독립군 주먹밥 나눔 행사, 기념식 및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됐다.

군은 지난 2019년 옥천면 영신마을에 양한묵 생가 복원과 함께 기념관을 건립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3·1운동 역사 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학술 세미나도 16일 옥천면사무소에서 열린다. 양한묵 선생 생가 주변과 옥천면 주요 도로변에는 다양한 품종의 무궁화가 식재돼 있어 한창 개화기를 맞은 나라꽃 무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또 13일에는 황산면 옥매광산에서 광부집단수몰사건 합동 추모제가 열린다. 옥매광산 광부집단수몰사건은 일제강점기 제주도로 강제로 끌려간 광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바다에 집단 수몰된 사건이다. 해남 황산면과 문내면 등의 광부들은 일제강점기 제주도 서귀포 등지에서 군사시설인 굴을 파는 일에 강제 투입되었다가 해방이 되자 어렵게 배를 구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추자도 앞에 이르렀을 때 큰불이 나고 118명의 광부들이 수몰되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이 대부분 사망하고, 유족들도 고향을 떠나면서 남아있던 몇몇 유족이 돈을 모아 광부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1945년 8월 23일(음력 7월 16일)에 합동 제사를 지내오던 중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지역의 뜻있는 이들이 힘을 보태 합동 추모제가 성사됐다.

군민 1인 1만 원 성금 모금을 통해 추모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는 계기도 되고 있다.

합동 추모제는 광부들이 고향을 떠났던 황산면 성산항에서 열린다. 옥매광산은 일본 아사다화학공업주식회사가 지난 1924년부터 명반석, 납석, 고령토 등 광물자원을 채굴했던 곳으로 현재도 바닷가에 위치한 광물 창고와 산속의 다이너마이트 저장창고 등이 남아있다.

또한 해남군 화산면의 광복절은 온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나누는 날이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8월 15일 아침이면 주민들은 화산초등학교에 모여 면민의 날 기념식을 갖고 체육대회 등을 함께하며 특별한 광복절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화산면만의 광복기념 체육대회는 해방 다음 해부터 면 체육회를 중심으로 고천암에서 마을별 축구대회를 개최하던 행사에서 유래됐다.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 8 ․ 15때면 함께 모여 기념식을 갖고 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대회를 개최해 오게 된 것.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와 큰 가뭄이 들었던 지난 1968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사태, 최근의 코로나19를 제외하고는 거른 적이 없는 전통의 체육대회는 70~80년대까지만 해도 42개 마을에서 50여 개의 축구팀이 출전할 정도로 면민들의 열기가 높았다.

"명절 때는 못 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각지의 향우들까지 고향 방문의 계기로 삼을 만큼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오동수 화산면체육회 회장은"민간의 주민들이 주축이 돼 수십 년 이어온 광복절 행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농촌 인구가 줄면서 체육대회 규모가 줄고 출전 선수들은 고령화되었지만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는 그날의 감격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고장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오는 14일 면민노래자랑 등으로 구성된 전야제를 시작으로 오는 15일에는 면민과 향우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광복절 기념 화산면민의 날 및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한편 명현관 군수는"해남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에서부터 시작한 호국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주민들이 스스로 광복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온 특징이 있다"며"땅끝 해남에서 시작한 광복의 함성이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의를 전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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