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호남학’ 사료 보존할 수장고마저 부족
입력: 2022.08.10 16:06 / 수정: 2022.08.10 16:06

한국학호남진흥원 신축건물 부지 절실...광주시와 전남도가 협의해서 빨리 선정해야

한국학호남진흥원 3개의 수장고 중 2개의 수장고는 이미 사료들로 가득 찬 상태다/ 광주=나윤상
한국학호남진흥원 3개의 수장고 중 2개의 수장고는 이미 사료들로 가득 찬 상태다/ 광주=나윤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최근 대한민국의 문화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K-드라마와 K-POP은 이미 인기를 넘어서 문화현상으로 변모된 상태다.

이런 문화적 저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문화 정신이 DNA에 아로새겨진 결과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전통문화 보존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1995년에 경상북도청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국학진흥원’이 설립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5년 ‘유교책판’과 2017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성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는 이러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2017년에 ‘한국학호남진흥원(이하 호남진흥원)’으로 재단을 설립해 현재 광주광역시 공무원 교육원 사무실 3,4층을 마련하여 호남학 연구와 진흥의 일을 시작한 것은 성과라 할 것이지만, 지역 내 추정되는 25만 여점이나 되는 기록물을 연구⋅보존하는 일은 벅차 보인다.

더욱이 ‘한국국학진흥원’과 ‘호남진흥원’은 규모와 예산 면에서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역의 문화는 지역에서 연구해야 하는 것

하지만 ‘한국국학진흥원’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것은 경상도라는 지역적 한계에 묻힌다는 점이다.

호남진흥원 조일형 박사는 “한 곳에서 모든 자료의 연구와 보존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역문화는 그 지역에서 연구⋅보존하는 것이 맞다” 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에는 영남과는 다른 절의와 은둔, 은거의 시대정신이 있다. 종가에서 나오는 사료와 현판 등이 이런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또한 약 2천개 정도의 현존⋅비현존 누정이 있다” 면서 “호남의 누정문화만 연구하는데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호남진흥원은 문화체육부 지원으로 올해부터 호남의 누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올해부터 호남 누정 영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10년 프로젝트로 호남지역에 약 2천개의 누정이 존재한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제공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올해부터 호남 누정 영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10년 프로젝트로 호남지역에 약 2천개의 누정이 존재한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제공

자료보존을 위해서도 새 수장고 필요

지역에서 나오는 사료들은 대부분 기탁을 한다. 많은 사료들이 종가 같은 사택에 보존하는 것이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와 습기 등 환경적 요인과 적절하지 못한 장소에 보관하다보면 훼손가능성이 높다.

조 박사는 “가문에서 보관을 하는 것보다 호남진흥원에서 전문적으로 보관을 해야 오랜시간 안전하고 훼손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현재 저희 쪽 수장고는 총 3개가 있다.” 라고 말하며 “문제는 기탁된 사료들은 많이 들어오는데 수장고가 거의 가득 찼다” 고 말했다.

호남진흥원 3개의 수장고 중 2개의 수장고는 다 찼고, 나머지 한 곳의 수장고도 절반 이상 사료들로 채워져 새롭게 수장고를 마련하지 않으면 귀중한 사료들이 방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광주광역시 공무원 교육원 3,4층을 상요하고 있는 한국학호남진흥원 전경사진/한국학호남진흥원 제공
현재 광주광역시 공무원 교육원 3,4층을 상요하고 있는 한국학호남진흥원 전경사진/한국학호남진흥원 제공

호남진흥원 신축건물 광주시와 전남도가 머리 맞대야

진흥원 신축건물에 가장 큰 난관은 부지선정이다. 그동안 신축건물에 대한 협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축 장소를 어디에 두어야 할 지를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천득염 호남진흥원장은 “건물을 짓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부지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서 “신축 부지로 선정된 지자체는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너무 작은 군이나 시는 그 예산마저 어려울 것” 라고 말했다.

이어 천 원장은 “두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어 부지선정 협의를 빨리 매듭지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며 “이제 내 임기가 14개월 정도 남았다. 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호남학을 위한 새로운 부지선정과 설계만 완성되기를 바랄 뿐” 이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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