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범, 피해자에게 "두 시간 뒤 다시 만나자" 현금 요구…전남강진경찰서,허술한 대응 도마
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범인을 잡을 수 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픽사베이 |
[더팩트 l 강진=문승용·최영남 기자] 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범인을 잡을 수 없으니 포기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오후 1시께 전남 장흥군 지역 모처에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사람에게 현금 4000만원을 건넨 A(47·전남 강진읍)씨는 거주지인 강진으로 돌아오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으로 판단해 강진읍내지구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지구대는 곧바로 관할 강진경찰서 형사팀에 보고하고 형사팀 3명이 5분 뒤 지구대에 도착했다.
피해자는 현금을 전달하고 거주지로 돌아오던 중에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전화를 걸어 와 "2500만원이 더 필요하다. 두 시간 뒤인 오후3시에 강진의료원에서 만나자."한 사실도 경찰에 알렸다.
그러나 강진경찰서 형사팀은 "그놈들이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갈 필요도 없다. 출동해도 잡지 못한다"고 말해 피해자는 낙담한 채 지구대를 빠져나오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읍내 지구대 관계자가 "잡아서 업어치기 해 버리면 된다. 사복을 갈아입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형사팀에게 표명했지만 보이스피싱 사기범 검거지원 출동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이동경로를 역추적하는 WAS시스템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이용한 차량을 긴급수배만 했더라도 손쉽게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전남지역 한 경찰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신고접수를 포기하도록 하는 행위는 강요죄 및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포기한 것이다"며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WAS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는 사건으로 경찰 대응이 잘못됐다"고 귀뜸했다.
이 경찰은 이어 "이러한 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지휘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건은 사건발생보고서 및 접수가 전산에 기록되지 않은 채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싶었지만 지역에서 소문을 듣게 된 지역민이 <더팩트>에 제보하면서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가 수사나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건 당일)파출소에서 이야기를 해 형사들하고 같이 잠복을 했지만 (보이스피싱 사기범)나타나지 않아서 검거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수사과장은 이어 "우리 직원들이 못잡으니까 포기해라 등 해야 되지 않을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이라도 사과 드린다"며 "사실을 좀 더 확인하고 직원의 대응이 잘못됐다면 책임지고 철저히 교양 시키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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