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딛고 세계적 피아니스트 꿈꾸는 나사렛대 임종현씨
입력: 2022.08.06 08:00 / 수정: 2022.08.06 08:00

11월 일반 콩쿠르 첫 도전..."호로비츠처럼 나만의 소리 내고 싶어"

나사렛대 임종현씨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 나사렛대 제공
나사렛대 임종현씨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 나사렛대 제공

[더팩트 | 천안=김아영 기자] "다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5일 만난 충남 천안 나사렛대 음악학과 임종현(21)씨는 긴장한 탓에 조금은 서툴렀지만 그 누구보다 또박또박 그의 꿈을 전했다.

임 씨는 7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았다. 또래보다 신체 발달이 느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권도 학원에 다녔는데 엉뚱하게 그 옆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더 관심을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계이름을 악보로 보는 것이 좋았던 임 씨는 그 누구보다 독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음감까지 지닌 그는 재능을 썩힐 수 없다는 생각에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임 씨는 "처음 보는 악보도 3일이면 외울 수 있을 만큼 독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아 중학교 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대 등 명문대에 지원했지만 사람 간 대면에서 느끼는 긴장감 때문에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다 천안 나사렛대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봐 준 스승을 만났다.

"라흐마니노프 같이 뛰어난 작곡가도 한 때는 수년 동안 정신적인 우울감 등으로 어려웠지만 극복해 좋은 작품을 남겼다. 나도 그렇게 극복하고 싶다"

임 씨의 이 한 마디가 나사렛대 박지원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사렛대 임종현씨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나사렛대 임종현씨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박 교수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뿐이지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수 있는 학생이라고 판단했다"며 "보통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 리듬감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 종현이는 그 누구보다 리듬감이 뛰어나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테 소나타의 경우 테크닉과 내용도 어렵고, 30분에 달하는 대곡인데 종현이는 일주일이면 외울 수 있을 정도"라며 "사운드 메모리가 그 누구보다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임 씨는 지난 학기에는 피아노 실기분야 전체 1등을 차지하며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개인 채널도 만들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장애인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는 등 대부분 장애인 콩쿠르를 석권했지만 대면의 어려움 탓에 일반 콩쿠르를 미뤄왔다.

하지만 오는 11월에는 첫 일반 콩쿠르에도 도전하려고 한다.

임 씨는 "피아노는 소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들어야 해서 어렵다"며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때가 좋다.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나만의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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