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복합쇼핑몰 센터, ‘넘어야 할 산’ 많다
입력: 2022.07.26 11:34 / 수정: 2022.07.26 11:34

역사유산 논란, 입주기업 처리 등 난제 ‘산적’…트램설치에 광주시‧현대 사전교감 의혹도 제기

현대백화점 그룹은 전남⋅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나윤상
현대백화점 그룹은 전남⋅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나윤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지난 6월 21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은 “광주역에서 송정역, 농성광장에서 광주-KIA챔피언스 필드 구간에 수소 트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선 1단계로 시의 결단으로 가능한 농성동에서 야구장까지 구간을 (하고), 중앙부처 동의가 필요한 광주역~송정역은 2단계로 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강기정 당선인의 이 발표는 관광 광주에 방점을 두고 “기아타이거즈가 올해 성적이 좋으니 관객 수가 늘어나 좋다”며 광주를 찾은 야구팬들이 좀 더 편하게 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 발표에 두 가지 문제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나는 단지 야구팬들의 편의를 위해서 수천억의 예산이 들어갈 수소 트램을 설치하느냐는 의구심이었다. 또 하나는 광주시 지하철 2호선 사업이 공사비 폭증으로 인해 건설공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지난 4월부터 흘러나오는 시점이었는데 굳이 막대한 시 예산을 트램 건설에 쏟아 부을 여유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인수위는 6월 29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1단계는 2026년에 2단계는 2029년으로 개통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6일 현대백화점 그룹은 광주광역시에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과 같은 문화복합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부동산 개발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부지 약 31만㎡(약 9만평)에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 현대 광주’(가칭)을 열기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일신방직 공장부지는 기아 챔피언스필드 바로 옆에 있고 현재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곳의 개발 영업이익만 수조원에 달하는 광주 최대 개발사업 지역이다.

만약 수소트램을 만들게 된다면 반드시 이 곳을 지나게 될 것이다. 민간개발 이익으로 수조원이 예상되는 개발지역에 공공자원인 수소 트램이 지나간다면 이는 특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현대백화점 그룹이 전남⋅일신방직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지연에 따른 시민의 불편에 더불어 광주 재정여건을 감안했을 때 과연 수 천억이나 하는 수소트램이 과연 광주시민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편의와 이익을 줄 수 있을까.

전남⋅일신방직은 어린 나이에 강제노동 착취를 받은 가네보 방적이 전신이다.일본 나고야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소녀들이 기숙사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더팩트 DB
전남⋅일신방직은 어린 나이에 강제노동 착취를 받은 가네보 방적이 전신이다.일본 나고야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소녀들이 기숙사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더팩트 DB

또한, 광주복합쇼핑몰 부지로 예상되는 전남⋅일신방직 부지 개발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전남방직 부지에 있는 그린요양병원 건이 있다. 전남방직은 10여년 전부터 공장가동을 멈추고 자회사인 ㈜전방오토에게 임대를 해줬으며, 전방오토는 13개 업체와 전대차계약을 했다. 전남방직이 공장부지를 휴먼스홀딩스 PFV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이사비조차 보전 받지 못하고 나가야 할 난처한 처지가 됐다.

현재 전남방직 기숙사터에 40억원의 리모델링비를 투자한 그린요양병원은 무조건 나가라는 전남방직과 치열한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방직은 공장이전과정에서 해직된 직원 300여명의 재고용을 빌미로 그린요양병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전남⋅일신방직의 전신은 1935년에 일본에 의해서 세워진 가네보(종방) 전남공장이었다. 1944년에는 나이어린 여학생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하게 한 가슴 아픈 장소이기도 하다. 그 여학생들은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착취를 당했다. 지금도 근로정신대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판결을 두고 한일관계는 대척점에 서있다.

광주에서 일제수탈의 아픔이 새겨진 역사적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적 장소에 무조건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시대의 아픔을 지워버리는 태도’.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광주시 TF 소위에 참여했던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전남⋅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이 건축된다는 사항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그 장소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근대 건축 중에서 역사적인 도시 건축물을 보존하자는 것이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여 동안 광주시 TF 소위에 참가하면서 전문가 그룹과 시민단체들이 같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존할 건축물들을 지정했던 일이 타 도시에서는 없었던 일이었고, 이러한 광주의 모습을 다른 도시 전문가들이 부러워했다”면서 “강기정 시장이 행정가이다 보니까 조금 서두르는 것 같다. 하지만 도심에 들어오는 건축물과 기존 보존 건축물들의 관계, 그리고 도로 등 상충되는 면의 조율이 필요한 만큼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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