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 판사님이?"…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 계기교육 눈길
입력: 2022.07.16 08:00 / 수정: 2022.07.16 08:00

"학교에 대한 추억 조금이나마 더 만들어주고 싶어"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오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기념일을 설명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오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기념일을 설명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더팩트 | 천안=김아영 기자] 4월 19일에는 독재에 항거하는 고등학생, 5월 18일에는 택시운전사 등 법정기념일이면 특별한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다. 오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판사로 변신해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는 천안 신부초등학교 오영창 교사.

제헌절을 이틀 앞둔 15일 오전 8시 천안 신부초.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검정색 판사복을 입고, 굵은 파마머리 가발을 쓰고 있는 오 교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기 위한 제헌절을 알리는 안내문과 태극기, 판사봉, 법전 등 지난해보다 더 준비된 모습으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는 학생들은 선생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하나둘 모여들었고, 어느새 아이들의 정답 세레머니로 시끌벅적해졌다.

'7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이라는 질문에 초복부터 어느 아이돌의 생일까지 각종 어린이다운 답들이 쏟아져나왔다.

무더위 속 가발에 긴 판사복까지 입고 있던 탓에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학생들에게 그 누구보다 친절히 설명했다.

오 교사만의 특별한 계기교육은 과거 시골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시작됐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코스프레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그만의 방식을 찾은 것이다.

그는 "학생들과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항상 연구하는 제 멘토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내 방식대로 아이들을 재밌게 해줄까 하던 중에 이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즐거운 학교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제헌절을 알리기 위해 판사로 변신한 천안 신부초 오영창 선생님과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제헌절을 알리기 위해 판사로 변신한 천안 신부초 오영창 선생님과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안 = 김아영 기자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어쩌다 한 번에 그쳤던 이벤트가 이제는 월례 행사가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를 자주 오지 못하다보니 학교에 대한 추억거리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쉽다"며 "학교에 대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더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는 백범 김구 선생님을,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당시 모습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를 재현해 학생들을 맞이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선 군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열정 덕분에 학생들에게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 오 교사의 이벤트를 본 학생들은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지난해부터 선생님을 봤는데 몰랐던 기념일들을 재밌게 배울수 있어서 즐겁고 유익하다"고 미소 지었다.

행사 대부분이 자비로 진행되고, 준비하는데 시간도 힘도 많이 들지만 아이들이 중요한 날을 암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만큼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 오 교사의 설명이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2~3번의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기념일에 지난해와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한다는 그의 눈빛에는 그저 아이들을 위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그는 "노하우가 좀 더 쌓이면 학생들과 함께 기념일이나 24절기 등을 표현해보고 싶다"며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이런 선생님도 있었구나'하며 추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이해 백범 김구 선생님을 재현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이해 백범 김구 선생님을 재현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이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재현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이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재현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국군의날을 맞아 군복을 입고 학생들에게 기념일을 설명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천안 신부초 오영창 교사가 국군의날을 맞아 군복을 입고 학생들에게 기념일을 설명하고 있다. / 오영창 교사 제공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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