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난민 적극 후송과는 천양지간…‘독립투사 후손이 그들만 못한가?’ 시민사회 ‘발끈’
고려인마을(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서 귀환한 동포들을 대상으로 주방용품 나눔 행사를 갖고 있다./고려방송 제공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6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난민들은 인접국가로 피란을 떠났으며, 러시아군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속출하면서 난민은 더욱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중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고려인동포는 물론 지난 30여 년 동안 무국적자로 피눈물나는 이산의 삶을 살아온 고려인 가족 3천여 명이 어린자녀들의 손을 잡고 인접국으로 몸을 피했다.
갑작스런 전쟁의 참화를 피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고려인동포들은 신분증도 여권도 없이 몰도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독일로 향했다. 심지어는 크림반도를 거쳐 모스크바로 피신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인접국 난민센터에 머물며 하루 속히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전쟁은 장기화됐고 폭격으로 이미 사라져버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생업을 유지할 일터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이런 막막한 처지에서 비상구로 떠오른 것은 조국 대한민국으로의 귀환이었다. 이때부터 중앙아시아 귀환 고려인들의 정착촌(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고국으로 귀환,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동포 자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차츰 이곳 생활에 적응하며 웃음을 되찾고 있다. /고려방송 제공 |
이를 외면할 수 없던 고려인마을 주민들(대표 신조야)은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지역사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펼쳤다.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그 성과로 4억원을 모아 현재까지 고려인 난민 365명을 고려인 마을로 데려왔다.
그러나 아직도 400여 명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고국으로의 귀환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데려오려면 5억여 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모금으로 모아진 돈도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데려온 동포 난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일도 난제다. 고려인 마을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하루 1,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고려인 마을’이라는 주민 공동체의 모금운동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군용기를 띄워달라’ ‘전세기를 보내자’는 절박한 요청을 수개월 전부터 정부에 보냈지만 정부는 "외국국적자이기에 국민이 낸 세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외교당국 관계자는 "특별 비자를 내준 것만도 정부로선 큰일을 했다"고 말을 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돕기에 나선 이천영 목사(광주 새날하교 교장)는 "아프카니스탄 기여자에겐 왜 그렇게 신속하게 국민의 혈세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 정부는 군용기와 전세기를 보내 외국국적자인 아프카니스탄 난민을 데려와 보살폈다. 취업도 시키고 의료지원도 신속했다"고 말하며 "정작 일제강점기 국권회복을 위한 헌신한 독립투사 후손 고려인동포에겐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이 그렇게도 아깝나?" 라고 되물으며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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