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발달장애 자녀 둔 어머니의 죽음…합동 추모제 거행
입력: 2022.06.09 15:06 / 수정: 2022.06.09 15:06

A씨 유족, "발달장애 아이 둔 것이 나의 죄인가 생각 들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가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합동 추모제를 거행했다./창원=강보금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가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합동 추모제를 거행했다./창원=강보금 기자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두 눈 새까맣고 꼬물꼬물한 자식을 뒤로 한 채,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지난달 30일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40대 여성 A씨가 생을 마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주민 신고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A씨의 유족에 따르면, 평소 A씨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최근 증세가 심해져 입원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유족인 B씨는 "저 역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올케가 선택한 마지막 길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것이 나의 죄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고,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사람대접 못받고 고생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고심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윤종술 회장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달 23일 서울에서는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60대 어머니가 대장암 진단받은 30대 중증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면서 "또 지난 3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20대 발달장애 형제를 홀로 키우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윤종술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윤종술 회장이 헌화하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는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안타까운 상황 속에 생을 마감한 이들을 위한 합동 추모제를 거행했다.

추모제에서 윤 회장은 "오롯이 고통과 삶의 무게를 혼자서 감내하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한 고인들이다. 가신 분들의 생전 모습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지금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에 오열하지 않을 수 없고 미안한 마음에 우리는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는 커녕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과 그 가족은 이렇게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그들 옆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형편없는 지원체계로 인해 이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부모 등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합동 추모제를 기점으로 경남도와 경남도의회에 '발달장애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대한 정책 제안에 나섰다.

이들이 제안한 정책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데이서비스, 발달장애 자립지원을 위한 지원주택 및 주거유지서비스, 주거지원센터 설치, 발달장애 맞춤형 일자리 확대, 시,군가족지원센터 인력증원, 시,군 사례관리사 확대 등이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 수립에 이어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이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즉각 설치, '발달장애인법' 및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전부 개정 등도 촉구했다.

한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4월 19일 장애인부모 등 556명이 삭발시위를 함께하고 다음 날인 20일에는 장애인부모 4명이 15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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