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산마을서 평안하시길"…문재인 전 대통령 '제2의 삶' 시작
입력: 2022.05.11 00:00 / 수정: 2022.05.11 09:21

문 전 대통령, 서울·울산·양산서 세 차례 걸쳐 지지층에 인사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산=이동률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산=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양산=강보금 기자]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하면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부터 푸른 영축산에 둘러싸인 평산마을에는 파란 물결이 굽이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문 전 대통령의 일명 '팬클럽' 회원들이 준비한 파란 풍선이 평산마을로 향하는 길목에서 남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하는 방문객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인쇄된 우산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파란 모자를 쓰고 '문재인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레카드를 연신 흔들던 대구에서 온 한 지지자는 "지난 밤 새벽부터 이곳을 찾아 문 전 대통령님을 기다렸다. 평산마을에서 평안한 삶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저로 향하는 길목에서 풍선을 나눠주고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우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양산=강보금 기자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저로 향하는 길목에서 풍선을 나눠주고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우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양산=강보금 기자

또 수원에서 아침 첫 차를 타고 딸과 함께 평산마을을 찾은 40대의 지지자는 "문 전 대통령님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양산까지 부지런히 내려왔다. 서울에서 만나는 것 보다 대통령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사저에 와서 뵙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쯤, KTX 서울역에서 양산으로 내려오기 위해 문 전 대통령 내외가 기차를 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평산마을회관 앞에 돗자리를 펴고 문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인파들에게서는 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한 지점에 쏠린 시선들의 끝에는 상서로운 해무리가 포착됐다.

부산에서 온 한 지지자는 "오늘 서울에서도 무지개가 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동시에 문 전 대통령님의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하늘에서 보기 드문 해무리가 관측된 것은 예삿일이 아닌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윽고 오후 3시쯤, 문 전 대통령 내외가 평산마을에 들어서자 이날 모인 2400여 명의 인파가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문 전 대통령은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여한 뒤 사저로 향하는 도중 서울역 앞, 울산역(통도사역) 그리고 평산마을회관 앞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지지자에게 인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회관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산=이동률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회관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산=이동률 기자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회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드디어 제가 집으로 돌아왔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제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안도감이 든다"며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기대가 많이 된다. 제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잘 살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 전 대통령은 "먼 길을 찾아주신 국민, 경남도민, 양산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도자기도 굽고 소주에 삼겹살도 나누는 등 잘 어울리며 살아보겠다"며 앞으로의 삶을 그렸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인사를 끝으로 사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많은 지지자들은 사저로 들어간 문 전 대통령 내외의 잔상을 놓지 않으려는 사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깊은 인상을 쉽게 떨쳐내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평산마을 입구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지자들과 역방향으로 평산마을을 향해 오르며 소리치는 보수단체가 갈등을 빚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문죄인을 감옥으로, 다음달이면 (문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이 이들에게 눈총을 쏘며 "도대체 왜 이러느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충돌해 험악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생활할 양산 평산마을에 도착한 10일, 반문단체가 시위를 벌이며 지지층과 갈등을 빚었다./양산=강보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생활할 양산 평산마을에 도착한 10일, '반문단체'가 시위를 벌이며 지지층과 갈등을 빚었다./양산=강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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