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일' 두렵지도 '금품' 바라지도 않는다"... 전 군수 메시지에 지역사회 ‘격앙’
입력: 2022.05.08 19:51 / 수정: 2022.05.08 19:51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스물네 번째 나비축제를 맞이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하루 매출이 800만 원을 넘었어요"

"순천에서 왔는데 2시간을 기다려 겨우 저녁을 먹었어요" 코로나19 등 악조건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전남 함평나비축제'의 한 장면이다.

축제 기간 중 또 다른 장면 하나. 3선 군수를 지낸 이석형 전 함평군수로부터 발송된 날선 문자메시지가 지역민과 공직자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축제가 한창이던 시기에 현 군정을 비롯해 공무원과 군민을 폄하하는듯한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메시지가 이 전 군수 명의로 군민들에게 발송된다.

지난 주말 함평나비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100여m 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제보자 제공
지난 주말 함평나비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100여m 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제보자 제공

이 전 군수는 해당 문자메시지에서 "나비축제 하나만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평일에도 관광버스 수학여행단이 물밀듯이 찾아와 함평 관내 상가의 경기가 얼마나 좋았냐?"면서 "이제 우리 군민 여러분께서 함평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결단만이 남아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석형 이후에 우리 고향 함평이 혼란만 난무한 전국에서 가장 부끄러운 함평으로 전락해버린 이 시점에서도 금품에 군민의 자존심을 팔겠냐? 아니면 바로 선 군정의 모습을 되찾아 군민의 자존감을 세우겠냐?"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무원들도 이석형이 군수가 되면 일을 많이 시킬까 두렵다고 한다. 오직 군민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대우를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 않냐?"며 공직사회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이 전 군수는 "승진을 위해 금품을 거래하는 공무원 인사는 단호히 끝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금품선거를 하게 되면 군민을 위한 군정은 뒷전이고 본전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군정이 어디로 갈지는 뻔한 사실이 아니냐?"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금품선거로 타락해버린 군정을 바로 세우고 자랑스러운 함평을 군민들과 함께 만들어내겠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수일 전 이석형 전 군수가 군민들께 보낸 문자메시지 일부 캡쳐. / 제보자 제공
수일 전 이석형 전 군수가 군민들께 보낸 문자메시지 일부 캡쳐. / 제보자 제공

이 전 군수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군청의 한 간부 공무원 A씨는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무원으로 비춰진데 대해 매우 불쾌하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직원들은 혼연일체가 돼 예산 5000억 시대와 금호타이어 유치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분개했다.

손불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B씨는 "이 전 군수가 보낸 메시지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선거철 우리 군민들이 금품에 자존심을 파는 사람쯤으로 치부된다는 것에 서글픔을 느낀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역의 원로이자 3선 군수로서 이 같은 메시지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겠냐는 지역민의 격앙된 반응이 도처에서 나온다.

물론 지난 총선 당시 공천 확정 목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깊은 고심 끝에 체급을 낮춰 정치적 하방까지 감내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공천 배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현실에 이 전 군수가 비분강개할만하다.

하지만 정치에 갓 입문한 신출내기 후배 정치인도 꺼려하는 거친 메시지를 큰 정치에 도전했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서슴없이 주워든 것은 그 어떤 절박한 이유를 들더라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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