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추홀구,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사업 '입찰 비리' 의혹
입력: 2022.04.21 08:00 / 수정: 2022.04.21 08:00

입찰 전 조언 받은 업체 탈락하자 낙찰 업체에 20% 사업 배분 제안

인천 미추홀구가 시행중인 대상포진 무료 예방 접종 홍보 포스터. 더팩트DB.
인천 미추홀구가 시행중인 대상포진 무료 예방 접종 홍보 포스터. 더팩트DB.

[더팩트ㅣ인천=차성민·지우현기자] 인천 미추홀구가 대상포진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업체로부터 입찰 내용 등 전반에 대한 조언을 받은 사실이 <더팩트> 취재 결과 21일 확인됐다.

특히 입찰 과정에 조언을 한 A업체는 입찰에서 떨어지자 공무원들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며 항의했고, 미추홀구 공무원은 사업에 선정된 업체에 사업의 20%에 달하는 물량을 A업체에 넘길 것을 내부적으로 건의한 사실도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찰 비리의 전형이며 이는 구청 '최고위층'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구청 측은 공무원의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고, 실제로 사업 배분 제안은 업체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1일 인천 미추홀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총 3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지난 3월부터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대상포진 무료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2월 23일 '2022년 대상포진 예방접종 백신구매(단가계약) 공고를 냈다.

해당 입찰에는 총 23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 중 입찰가격 평점 15.04를 받은 서울 업체가 1위를 차지해 낙찰됐다. 문제는 구청 측이 입찰 공고문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해당 입찰에서 17위를 차지한 A업체에 입찰 전 입찰 조건 등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입찰 전 공무원들이 대상포진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그동안 꾸준히 거래를 해왔던 A업체에 조언을 구했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은 이미 연수구와 동구 등 인천지역 일부 자자체들이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다.

업체에 조언을 구하기 전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에 먼저 문의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업무 절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업체가 입찰 시 제출한 1위 업체의 '임상연구와 실제 진료환경 데이터'를 문제 삼으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며 해당 공무원들을 압박했고, 공무원은 해당 업체에게 사업 물량의 20%가량을 A업체에게 넘기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런 안을 제안한 공무원은 <더팩트> 취재에 "(입찰과정에 조언을 한) A업체가 17위를 했는데 공고문에 명시된 적격심사 제출서류 중 임상연구와 실제 진료환경 데이터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만히 안 있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17위 업체와 계약을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식약처 등에 문의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1위 업체랑 계약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위 업체가 서울 업체고 27억 원이란 금액으로 낙찰이 됐으니 그 중 20% 정도만 양보해 A업체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담당 부서 공무원들에게 얘기했다. 서울 업체는 오케이 했는데, A업체는 짜증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윗선의 압박으로 사업비 20%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27억 원의 금액이 적은 돈은 아니고 1위 업체가 서울 업체여서 가급적이면 인천 업체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17위한 업체를 자발적으로 제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A업체가 거부해 20% 배분 문제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해당 입찰에 참여한 총 23개 업체 중 인천지역 업체는 9곳에 달했다. 해당 공무원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총 9개의 인천 업체에 균등한 배분을 요구해야 했지만, 공교롭게도 담당 공무원은 A업체를 특정해 물량 배분을 제안했다.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들은 '입찰비리'로 의심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B구청 공무원은 "해당 공무원이 1위 업체에 17위한 업체가 20% 납품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월권이다"며 "해서는 안 될 행위를 저지른 것 같다. 나 같으면 위에서 아무리 압력이 내려와도 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C구청 공무원도 "당초 과업지시서에 인천업체 참여비율이 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해당 공무원이 낙찰된 업체에게 20%를 17위한 인천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제안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17위한 업체를 지목해 제안한 것은 위에서 지시를 받지 않고서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관계자는 "공무원이 직접 나서 입찰에서 1위로 낙찰된 업체한테 특정업체를 지목해 20% 납품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면, 아주 부적절한 행위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총 금액의 20% 납품 제안은 큰일 날 일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 유통회사 관계자는 "발주처가 사전에 입찰 공고문 작성 과정에 입찰 업체에게 조언을 구한 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을' 중에 '을'인 업체가 관공서를 찾아가 항의를 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처음 듣는 상황이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아니겠나"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상포진 백신 사업이 기존에 있던 사업이기 때문에 입찰 전에 굳이 업체로부터 의견을 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게다가 입찰에 떨어진 업체가 항의를 했다는 것은 더욱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정한 입찰과정에서는 일어 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청 측은 공무원의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고, 실제로 사업 배분 제안은 업체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보건소 직원들이 대상포진 백신 관련해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찰 전 A업체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며, B공무원이 사업비 20% 배분을 보건소 공무원에게 제안한 것도 1위 업체가 서울 업체이고 가급적 인천 지역 업체에 도움을 주고 싶어 공무원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이런 사업비 배분 의견은 해당 업체에 전달되지 않았으며, 실제 계약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의견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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