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실여부 파악 못하고 사칭세력에 연구비 지급은 중대과실"
감사원이 사칭세력에 위탁연구비를 지급한 한국전기연구원 직원 4명에게 변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더팩트DB |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의 직원들이 위탁연구개발사업 추진 중 사기세력에 위탁연구비를 송금했다가 수천만원의 변상액을 떠안게 됐다.
18일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기연 지출발의 담당자 A씨 등 6명은 지난 2013년 9월 한 주식회사와 수탁연구계약을 체결해 설계 및 구축감리, 시험분석 등의 업무를 미국 연구기관에 위탁하는 계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연은 위탁연구비 47억5000만원을 7회에 나눠 위탁연구기관이 지정한 은행 계좌로 송금해야 했으며, 이에 2013년 12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6차례에 걸쳐 42억7000만원 가량을 지정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연은 2016년 6월 20일부터 위탁연구기관의 국내 대리점 관계자로부터 7회차(마지막) 위탁연구비 지급계좌를 기존 은행 계좌에서 다른 은행 계좌로 변경해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전기연은 20일 이후부터 확인차 위탁연구기관 소속 청구서 발행자에게 전화와 이메일 등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몇 차례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과 전화, 공문서 등이 계속 발송돼 지급계좌 변경 요청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전기연 직원들은 29일 7회차 연구비 4억7498만8997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하기에 이른다. 이 계좌는 이후 위탁연구기관을 사칭한 사기세력으로 밝혀졌다.
결국 위탁연구기관이 7회차 위탁연구비 미지급을 사유로 전기연을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으며, 국제중재법원의 중재판정에 따라 전기연은 2018년 4월 7회차 위탁연구비 지연이자를 포함한 미지급금 총 5억2000만원 가량을 모두 지급해야했다.
한편, 전기연은 사칭세력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인지한 다음날인 7월 29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사건은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가 없어 피의자 불상으로 1년 만인 2017년 6월 기소유예 결정됐다.
또한 전기연은 위탁연구기관의 국내 대리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4750만원을 배상받았다.
이에 감사원은 "전기연 직원들은 회계규정 시행요령에 따라 정당한 채권자에게 정당한 금액이 지급되도록 지출발의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으나 지급계좌 변경 요청이 사실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칭세력의 계좌로 위탁연구비가 지급되도록 한 행위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며 "이들 중 당시 선임기술원, 책임연구원, 실장, 부장으로 일하던 4명에게 변상액 중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면해 2명은 3322만5746원, 나머지 2명은 1423만9605원씩 각각 변상할 책임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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