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환 대전지검장 “검수완박 헌법 정신 훼손…법 통과되면 월성원전 사건 증발”
입력: 2022.04.15 17:29 / 수정: 2022.04.15 17:29

“공청회조차 없어…지금은 형사소송법 정착 위한 입법 보완할 때”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15일 대전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15일 대전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찰청을 해체·폐지하고 사실상 공소청을 신설하자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지검장은 15일 대전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은 수사권의 핵심인 체포·구속, 압수·수색의 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데 이는 검찰 중심으로 수사 시스템을 운영하라는 의미"라며 "이 규정을 ‘영장 청구 시 검사 서명만 받으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사가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면 증거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정확한 공소제기 여부 결정이 어렵다"며 "법관도 정확한 판결을 위해 피고인과 증인을 직접 대면하고 진술을 듣고, 필요할 경우 추가 증거 조사를 진행하는데 재판 회부 결정인 기소를 위해 아무런 증거 확인을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2018년 국회 사개특위 출범 후 2년 가까이 논의를 거쳤는데 국회가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지검장은 "지금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그 부족한 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때"라며 "보완 수사 요구를 원칙으로 규정함에 따라 대전지검에서 보완 수사가 3개월 이내 시행된 사건은 절반에 불과하고, 1년을 넘긴 사건도 10% 가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은 그동안 검찰이 담당해 오던 중요 범죄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될까 우려된다"며 "실제로 대전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월성원전 사건의 경우 법 통과 후 3개월이 지나면 수사권이 사라지게 돼 사건 자체가 증발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지검·고검청사. / 대전 = 김성서 기자
대전지검·고검청사. / 대전 = 김성서 기자

또 "검사가 사건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게 해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형 집행과 관련된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심각한 공백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조선시대 검찰인 사헌부는 왕과 권력자들에게 늘 눈엣가시와 같았고, 사헌부 자체를 부정하고 폐지한 이는 연산군뿐"이라며 "국민께서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고, 여야 의원께서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을 살펴 차근차근 신중히 입법을 추진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국민들에게 다가올 실질적 피해에 대해 노 지검장은 "대전지검은 전국 유일하게 특허 범죄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정도 수사력을 보유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진술과 신빙성이 중요한데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 관계가 애매할 경우 경찰 수사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 불신에 대한 해법으로는 "수사심의위원회, 시민위원회 등을 통해 외부 위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제도를 갖고 있는데,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위가 높거나 정치인들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 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검사장회의를 진행했고, 직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모였다"며 "개인적으로는 10년 전부터 사직서와 사직의 글을 미리 써두고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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