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상처 딛고 다시 거리로 나선 5인의 구의원 후보들…생활정치는 저희에게 ‘호소’
정의당 유종천 후보(서구 라 선거구)는 "집행부와 의회가 민주당 일당 독식체제로 구축된 풀뿌리자치는 견제의 장치가 풀리면서 민생을 외면한다"고 말하며 "생활정치는 동네일꾼 정의당 후보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광주=나윤상 기자 |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대선에서 참패한 정의당의 상처는 민주당 지지자 일색인 광주에서 더 아프고 쓰라렸다. 간발의 차 패배를 정의당의 탓으로 몰아세웠기 때문이다. 정의당 당원들은 자신의 상처조차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주민을 위한 생활정치로 이 암울한 시기를 깨쳐가겠다고 다시 일어선, 풀뿌리의회 선거 정의당 후보들의 외로운 발걸음에 차츰 시민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동네 일꾼으로 활동해왔던 이들의 지난 노력이 문득 되새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광주 서구 라 선거구(서창, 상무2, 금호1‧2) 구의원에 출마한 유종천 후보는 강은미 의원 특별보좌관 출신이다. 민주당 독식 정치의 폐해로 자치의회가 집행부 견제의 기능을 잃고 민생을 외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나섰다는 게 출마의 변이다.
출마의 변에 걸맞게 ‘우리동네 수호천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실제로 그는 천사처럼 두 개의 날개가 등에 달린 유세복장으로 거리에 나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에 둘러싸이기도 한다.
1일 오후 남구 서창동사무소 행사장에 나타난 유 후보는 "민주당 사랑하겠지만, 생활정치의 현장인 구의회는 주민 심부를 잘하는 동네 일꾼 정의당 후보에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광산구 의회 현역 의원으로 재 도전에 나선 김영관 정의당 후보(광산 다 선거구)./광주=나윤상 기자 |
광산구 의회 현역 의원인 김영관 후보는 광산 다 선거구(임곡,비아,하남,첨단1‧2동)에 출마했다. 정의당 광주시당 아파트비리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후보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활권 보호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도로변 공원 무단 쓰레기 폐기를 막기 위해 한 달 여 공원으로 출근한 사건은 인근 주민들에 회자된 유명한 일화다. 김 후보가 주민 공동체를 위하는 진실한 모습에 지지자가 된 주민들은 이제 ‘동네 일 열심히 하는 사람 구의원 뽑아야지 당 간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소수정당 후보인 그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1일 광산구 LC타워(첨단동) 앞 사거리에서 김 후보를 만날 때도 그는 울룩불룩 부실 시공된 인도 설치공사를 꼼꼼히 점검하며 혀를 찼다. 김 후보는 "책상머리 나태한 행정을 주민현장으로 끌어오는 일이 구의원의 핵심 역할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송이 송이 박송희'라는 애칭을 내걸고 첫 도전에 나선 정의당 박송희 후보(서구 다 선거구)./광주-나윤상 기자 |
서구 다 선거구(풍암, 화정3,화정4동) 구의원에 출마한 박송희 후보는 강은미 의원 지역특별보좌관과 정의당 광주시당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번 선거가 첫 도전이다. 전남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공회대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작년에 한달 100만원씩 적금을 넣어 모은 1,200만원으로 사무실을 얻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한다. 올해부터는 기초의원도 후원회를 열어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경비가 빠듯한 선거운동도 문제지만, 중학교‧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두 명이 있어 몸을 여러 개로 쪼개어 유세현장과 집을 오가는 일과가 힘겹기만 하다.
그래도 그는 늘 웃는 얼굴이다. 박 후보의 명함에는 ‘송이 송이 박송희’ 라는 리드미컬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카피가 눈길을 끈다. 박 후보는 "심부름 잘하는 착한 여동생처럼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그런 문구를 택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구의원이 돼 동네정치부터 새롭게 바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일 침수대책 촉구 1인 시위를 펼쳐 '끌텅을 파는 주민민원 해결사'로 정평이 난 정의당 박형민 후보(서구 가 선거구)./광주=나윤상 기자 |
서구 가 선거구(농성1‧2, 양동, 화정1‧2, 양3동)에 출마한 박형민 후보는 ‘끌텅을 파는 지역민원 해결사’로 정평이 나있다. 3년 동안 연속 침수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구청 청사까지 ‘5체 투지’ 고난의 행군을 펼쳤고, 200일 동안 침수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박 후보의 외로운 투쟁은 최근 결실을 얻었다. 광주시로부터 올 7월 추경예산에 사업비를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의 걱정은 여전하다. 주민들의 올 여름 침수피해는 어떻게 하란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농성동 일대에서 명함을 돌리던 박 후보는 "집행부는 웬만한 노력으로 행태가 바뀌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내 선거구는 3인 선거구다. 나처럼 ‘끌텅을 파는 뚝심의 구의원’ 한사람쯤을 세워 주민권익을 지켜가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녹색 수완' '돌봄 수완' 실천을 통해 수완동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삼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정의당 한윤희 후보(광산구 수완)./광주=나윤상 기자 |
광산구의회 구의원(수완동)에 출마한 한윤희 후보는 광주여성센터 대표,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는 등 여성활동가로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특히 지역공동체 생태환경 개선과 기후위기 대응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녹색 수완’, 모두가 행복한 ‘돌봄 수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두 공약을 실천해 수완동을 바꾸는 에너지로 삼겠다는 약속이다. 생태와 복지를 구 의원 활동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정활동의 포부를 밝힌 셈이다.
한 후보는 현재 13개 주민공동체가 참여하는 수완에너지마을전환 네트워크를 구축, 이를 거점으로 주민들과 함께 수완마을 변화에 힘으로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 후보는 "구의원이 돼 주민공동체의 이러한 커뮤니티 네트워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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