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저작권 침해 알고도 사업 강행…김병택 작가 "법적 책임 묻겠다"
광주 동구청이 발주한 '미디어아트-빛불' 사업 제안서에 도용된 김병택 작가의 작품 이미지./ 김병택 작가 제공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31일 공개가 예정된 아시아문화전당 앞 분수대 미디어 아트 ‘빛불’이 사업제안 당시 타 작가의 작품을 무단 도용했다는 저작권 침해 갈등이 빚어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광주민미협과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은 오는 31일 시민에게 공개되는 도청 분수대 미디어 아트 ‘빛불’의 작품 무단도용과 저작권 침해를 규탄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들은 "‘문화전당 야간경관 기반 조성사업 콘텐츠계발 및 시스템 구축 운영 용역’에 관한 사업과정에서 김병택의 창작물 ‘광장의 기억-분수대’ 무단도용 및 저작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시공사인 주)시공테크와 진시영 감독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이 밝힌 저작권 침해 사건 내용에 따르면 ’문화전당 야간경관 조성사업 콘텐츠 개발 및 시스템구축 운용용역‘-빛의 분수대’는 총 사업비 국비, 시비 포함 40억원이며 2021년 7월 23일부터 8월 5일 공고 및 제안 요청에 따라 9개팀이 공모에 참여, 3차의 심사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시공테크와 진시영 작가컨소시엄이 선정되었다.
이 선정과정에서 시공테크와 진시영 작가가 김병택 작가(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의 창작물인 '광장의 기억-분수대' 작품을 협의나 일체의 절차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여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문제를 야기한 진시영 감독은 사업이 선정된 후 6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30일 김병택 작가에게 SNS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병택의 '광장의 기억-분수대' 작품을 두 가지 형태로 자신들이 사업공모와 홍보SNS에 사용하였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사건의 전말을 뒤늦게야 확인한 원작자 김병택 작가는 진 감독에게 "어떻게 원칙과 절차 없이 작품이 도용될 수 있느냐"며 유감과 분노를 표명하고, 작가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시정과 저작권 관련 절차와 증빙 서류를 요청하였다.
김병택 작가는 사업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동구청의 무책임 행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김 작가는 "저작권 침해를 확인한 2021년 12월 말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약 3개월간 동구청을 수차례 방문하여 자신의 작품이 무단으로 도용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식민원을 통해 저작권 무단도용에 따른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수차례 진시영 감독과 해당 업체에 공사지침서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저작권 보호의 내용을 재차 요구하였지만 그런 매뉴얼은 없다면서 현재까지 사업을 강행하며 책임회피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 작가가 동구청에 접수한 민원과 구청 측의 답변에 따르면 구청이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동구청은 문제를 해소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작가가 무단도용 사실을 알리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동구청은 "제안서 사업내용에 대한 책임은 제안서에 있으며, 제기한 문제에 대해 시행사에 통보했다"며 시행사와 진시영 감독 측에 사태해결의 책임을 미뤘다.
저작권 침해 분란에 휩싸인 진시영 감독은 "궁동 예술의거리에서 김 작가를 만나 작품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쓰겠다고 서전에 얘기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지난 2년 동안 예술의 거리에서 나를 몇 차례나 보았느냐고 되묻자 대답을 못했다"며 전혀 근거 없는 변명임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광주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아티스트 A씨는 "사업 제안서에 특정 작가의 작품 이미지가 제시되면 심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이 사업에 활용되는 것을 전제로 평가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하며 "사업에 전혀 관계없는 작품 이미지가 무단 도용됐다면 공모 심사 결과가 무효가 될 수도 있는 큰 사건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김병택 작가는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라고 밝혀 ‘아시아문화전당 앞 분수대 미디어 아트 - 빛불’ 사업은 31일 공개 후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orthetru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