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제 강점기 군사 시설 잇따라 발견
입력: 2022.02.28 15:24 / 수정: 2022.02.28 15:24

25일 유류저장 벙커 등 3곳 확인…조성경위 학술조사 등 보존대책 마련 시급

광주 서구 중앙공원 인근 산책로에서 25일 발견된 일제 군사시설인 지하 동굴(항공기 유류저장소 추정)./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광주 서구 중앙공원 인근 산책로에서 25일 발견된 일제 군사시설인 지하 동굴(항공기 유류저장소 추정)./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최근 광주 도심에서 잇따라 일본군 시설물이 발견되면서 자세한 조성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민들의 관련 증언과 제보가 절실해지고 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25일 최근 광주 서구 쌍촌동 관내에서 일제 지하 벙커 등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일제 군 시설물 3곳을 발견하고, 이 중 지하 벙커 등 2곳의 시설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5~6월에는 서구 쌍촌동 구 505보안부대 인근에서 일본군 지하 벙커 2곳이 발견된데 이어, 지난 2013년에는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인근 중앙공원 산책로 주변에서 일제 동굴 3곳이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인근에서 발견된 유류저장용 벙커는 당시 일본군이 작성한 지도를 통해 당시 일제가 현재의 광주 상무지구에 조성한 ‘광주비행장’의 부속시설물로 항공유를 보관하던 시설로 확인되었으나, 505보안부대 인근 지하 벙커 3곳의 경우 자세한 조성 시기나 조성 목적, 시설물의 용도, 시설물 구축에 누가 동원되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광주는 제17방면군 예하부대인 150사단의 일부가 광주에 배치되었고, 또 조선군관부 예하부대인 광주사관구 및 단위부대가 배치되는 등 군사적으로 매우 비중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일제는 전세가 급격히 악화된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1945년경 연합군의 공습에 대비하는 한편,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한 최후 군사적 목적으로 제주도와 서남해안 일대 곳곳에 조선인들을 동원해 방어진지 구축에 나섰기 때문에, 최근 발견된 또 이들 시설물 이외에 더 많은 일제 군 시설물이 도심 곳곳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서구 505보안대 인근 지하벙커 내부 모습(2021년 5월 발견)./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광주 서구 505보안대 인근 지하벙커 내부 모습(2021년 5월 발견)./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이와 관련, 주민들의 제보와 증언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발견된 시설물도 오랫동안 외면 받아 오다 시설물을 눈 여겨 본 시민들의 제보에 의해 발견된 사례여서, 동네 지리를 잘 아는 토박이 주민들이나 당시 이와 관련한 상황을 전해들은 증언 등 시민들의 제보가 경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시설물에 대한 보존 대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시설물은 일제가 최후 막판까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발악한 생생한 증거임은 물론 시설물 구축을 위해 조선인을 강제노역을 시켰던 고난의 현장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로서 활용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05 보안대 주차장 인근에서 발견된 지하 벙커의 경우, 주변 민가 주택과 맞물려 있는데다, 침수에 의해 토사가 밀려 들어와 내부에 쌓이는 등 구조물 내부 일부는 훼손돼 있는 상태다. 최근 발견된 지하 벙커 등도 사유지에 있어 개발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필요할 경우 문화재 등록 등을 통해 서둘러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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