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 포항 서로 상처만 남은 전쟁... 향후 반목 갈등 추스려야
포항시 이강덕시장( 사진 가운데), 포항시의회 정해종의장(왼쪽 두번째), 포스코 정종선사장(오른쪽 두번째), 포스코 김학동부회장(맨 오른쪽), 강창호 지역발전협의회장(왼쪽 첫번째)등이 25일 오후 오는 2023년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의 소재지는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할 것을 골자로하는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포항시 제공 |
[더팩트 l 포항=오주섭기자] POSCO(포스코)가 25일 지주사 서울 설치를 접었다. 이로써 포스코 홀딩스 지주사 설립 서울 설치 반대를 외쳤던 포항시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포스코 측은 이날 국민의힘 김정재의원에게 긴급 중재 요청을 했고, 포스코 전중선 사장이 김 의원 사무실을 찾아 포스코 지주사 주소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설립에 대해 전격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포스코 홀딩스 지주사 서울 사무소를 오는 2023년 3월 포항에 주소를 이전 설치하는 내용으로 전격 합의됐다.
하지만 이 합의서에는 이사회 및 주주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서‘라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1년 후에는 또 다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임시 봉합이 된셈이다.
일각에서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명분은 얻었지만 실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파동으로 포항시민들은 시민대로, 포스코는 포스코 대로 서로간의 갈등과 반목만 빚어낸 상처뿐인 전쟁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강덕 시장, 포항시의회의원들, 국회의원 등은 포스코와 시민들과의 싸움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시민의 뜻에 맞게 해결했다는 성과를 만들려는 얄팍한 셈법만 두드러졌지 시민들을 위한 실리를 챙기지 못한 우를 범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촌극 아닌 촌극으로 이어진 지역 정치인들의 셈법은 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26일부터 전격 합의가 이뤄진 25일까지 숨막혔던 지난 30일을 돌아오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10일 이사회에서 결정된 포스코 홀딩스 지주사 서울 설치에 대한 대한 포스코 임시총회 이틀을 앞두고 이강덕 시장이 불을 지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김정재.김병욱의원과 경북도 이철우지사를 대동하고 "포스코 홀딩스의 서울 설치는 지방소멸" 운운하며 ‘지주사 서울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가졌다. 버스 10여대로 상경한 포항 시민단체들과 함께 포스코 서울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갖고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22일 포항시의회 제289회 포항시의회 제2차 정례회 본회에서 백강훈 시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포스코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침과 관련해 포스코홀딩스는 반드시 포항에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 의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포스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확정되면 그 즉시 향후 계획에 대해 포항시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 줄 것"을 포스코에 요청했다.
당시 발언은 포항시의회 백인규 부의장의 부탁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백인규부의장은 포스코 직원으로 한달 약 500여만원의 보수를 받고, 포스코 협력 운송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후 포항지역 사회단체들이 시내 전지역에 일제히 '포스코 서울사무소 설치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투쟁 수위를 높여갔다.
28일에는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집단 시위가 예고됐다. 그날 시위에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 화형식과 분뇨 투척 등 강경투쟁이 예고됐다.
지역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사이 이강덕 시장은 이른바 '주화론'을 주장하며 포항상공회의소 문충도회장을 특사로 모시고 포스코 임원진과의 대화를 요청하는 물밑 작업을 해왔다.
포항상의 문충도 회장은 포스코 전종선 사장과 대학선후배 사이다. 이 시장이 "포스코에서 쫄병 보내서 화났다(더팩트 2월14일보도 참조)"는 쫄병이 장본인인 포스코 김학동 부회장을 이시장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로 했다.
이같은 물밑 협상작업 과정은 지역 양대 국회의원인 국민의 힘 김정재.김병욱의원에게는 상의 조차 없었다.
이에 불쾌해진 김정재 의원은 먼저 선수를 쳤다. 25일 김의원 사무실을 찾은 포스코 전중선 사장에게 ‘포스코 지주사 포항 주소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설립에 대해 전격 수용하겠다"는 답을 받은 것이다.
전 사장은 현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과 김 의원의 우려에 공감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먼저,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을 추진키로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즉시 오후 5시쯤 김정재의원 발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후 포항시 이강덕시장, 포항시의회 정해종의장, 포스코 정종선사장, 포스코 김학동부회장, 강창호 지역발전협의회장등이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오는 2023년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의 소재지는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할 것,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 포항시와의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 구성하여 상호 협의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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