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국 사태에 가슴 타는 안드레이 “자유를 갈망하는 우크라이나, 포기하지 말라”
입력: 2022.02.26 13:59 / 수정: 2022.02.26 13:59

군인들, 시민들, 용기있게 제 자리 잘 지키고 있어 안도…해외 우크라이나 인들도 힘 합쳐야

한국에 이주해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슬하에 자녀를 두고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미노프. 그는 요즘 고국 사태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한국에 이주해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슬하에 자녀를 두고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미노프. 그는 요즘 고국 사태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2014년 침략으로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친 유럽 지향을 부단히 비난하던 러시아가 급기야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에 부모나 친지를 두고 멀리서 고국의 위기를 지켜보는 이주인들의 심정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주 후 한국인 여자와 결혼에 슬하에 자녀를 두고 살고 있는 안드레이 리트미노프를 25일 오후 만났다. 오랜 한국생활로 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을 묻는 질문에 안드레이는 처음에는 그저 ‘멍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을 흘려보낸 후에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어떡하지. 이런면 안되는데. 군인들, 시민들, 용기있게 잘 버텨야 할텐데. 안드레이는 그럼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그러나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 안드레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고국에 있는 친지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 뿐이다. 아버지와 형, 그리고, 삼촌 부부, 이모 등이 그곳에 살고 있지만. 도시나 군사기지가 아닌 시골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기에 그나마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포격이 시작됐을때 안드레이는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나는 괜찮다. 시골마을이라 위험하지 않다. 잘 버틸 것이다. 나는 마을을 안떠난다"고 말하며 아버지는 안드레이를 안심시켰다.

러시아가 개입된 우크라이나 분열의 이유를 묻자 안드레이는 "우리는 자유를 원할 뿐이다"고 말문을 열며 우크라이나의 격랑의 현대사를 풀어냈다.

"러시아 제국 시대부터 드미프로 강을 경계로 우크라이나 영토는 동서가 나뉘어져 있다. 동쪽은 러시아 제국에 속해 있거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1991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해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 얻었을 당시에도 동쪽은 러시아어를 주로 쓰고 러시아 문화 영향권에, 그리고 서쪽은 유럽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친러·반러의 정치적 갈등 양상이기 보다는 거주 역에 따른 문화 선호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리트미노프라는 내 성도 러시아 성이다. 우크라이나인 대부분 역사적, 정치적 정체성 별로 신경 안썼다. 굳이 그럴 필요 안느꼈다. 친 러시아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니까 상황이 달라졌다. 갈등이 생겨났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인식도 달라졌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러시아의 부당한 개입이 만든 산물이라고 안드레이는 강조했다. 여기에 구 소련 해체 이후 경제문제에 대한 불만이 보태지며 분열은 극심한 갈등으로 확장됐다.

"동부는 소련시대에 대한 연민,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공산주의 문화와 유럽 문화(동성애, 난민 등) 사이의 이질감이 깊어지며 러시아 지향주의와 유럽 지향주의로 우크라이나의 정치문화가 양분됐으며, 이를 틈새로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리트미노프는 조국의 분열은 러시아가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추긴 갈등이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인들은 오직 자유룰 갈망할 뿐아다고 말했다./광주=박호재 기자
안드레이 리트미노프는 "조국의 분열은 러시아가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추긴 갈등이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인들은 오직 자유룰 갈망할 뿐아다"고 말했다./광주=박호재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기 위해 ‘나치주의’라는 역사의 망령을 끄집어냈다. 히틀러 치하를 살아 온 우크라이나 인은 나치주의가 몸에 뱄다는 논리다. 이 부분에서 안드레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나치주의, 터무니없는 얘기다.우크라이나는 한국과 비슷하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 터키, 폴란드, 헝가리 등 나라들 사이에서 거듭 침략을 당하며 고난의 역사를 보냈기에 자유와 평화를 갈망한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라. 아래는 노란 색, 위는 파란색으로 양분돼 있다. 노란색은 밀밭을 상징하고, 위 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한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갈구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안드레이는 대다수의 우크라이나인들이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지만 러시아가 친러·친 유럽의 굴레를 씌워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이용해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2년간 고조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관련된 문제였기에 안드레이의 해석은 설득력을 지닌다.

인터뷰 말미에 안드레이는 고국의 극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포기하지 말라. 있는 그 자리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 만약에 국권을 잃었을 경우, 일제 치하한국의 임시정부처럼 조국 혼을 지키고 러시아에 스며들어선 안된다. 지금 많은 시민들이 용기 있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희망이 있다. 골리앗 러시아이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야 한다. 외국에 있는 우크라이나 인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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