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한남대서 박사 받은 김용구씨 "척수장애인 일상 위해 공부"
입력: 2022.02.24 14:27 / 수정: 2022.02.24 14:27

하반신 마비에도 더 어려운 장애인 위해 인고의 시간 견뎌

후천적 척수장애를 딛고 한남대에서 상담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용구씨 / 한남대 제공
후천적 척수장애를 딛고 한남대에서 상담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용구씨 / 한남대 제공

[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누구보다도 척수장애인의 심정을 잘 알기에 그들에게 일상의 삶을 잘 안내하고 싶어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후천적 척수장애를 딛고 한남대에서 상담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용구(47)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지난 2009년까지 지리산 종주를 7번이나 할 만큼 건강했지만 그 해 갑자기 발생한 건강 이상으로 삶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심정지로 2시간 넘는 심폐소생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척수신경이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됐다.

하반신 마비는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을 야기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 2명을 둔 그는 한남대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했지만 장애를 가진 목회자가 설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골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가 마주한 현실은 소박함 꿈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뿐이었다.

그러다 재활치료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보게 됐다.

김 박사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입었지만 나보다 밝고 즐겁게 살아가는 또 다른 척수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뒤로 병원을 찾아다니며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다. 후천성 척수장애인들의 길을 안내하는 전문 안내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남대 대학원에 진학, 사회복지학 석사와 기독교학과 상담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는 하반신 마비로 오랜 시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뎠다.

그는 "내가 만났던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애 처음 겪는 험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해 이 시기에 누구를 만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적인 공부를 마쳤으니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의 삶을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현재 한남대학교회 대학부를 맡고 있고 지난 2018년부터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를 개설,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각급 기관의 장애 인식 개선 교육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남대 성지관에서 열린 제60회 학위수여식,이광섭 총장(왼쪽)과 김용구 박사 / 한남대 제공
지난 11일 한남대 성지관에서 열린 제60회 학위수여식,이광섭 총장(왼쪽)과 김용구 박사 / 한남대 제공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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