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설 자리 없는 경남…인구정책의 구멍은?[TF확대경]
입력: 2022.02.02 08:00 / 수정: 2022.02.02 08:00

경남 주력산업에 편중된 일자리 정책, 정보통신업은 전국 꼴등 수준

경남에서 20대 여성들이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서비스직에서 종사하던 20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고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남도는 제조업과 조선업 등 남성 중심의 일자리로 편중된 기존 주력산업 일자리만들기에만 급급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경남에서 20대 여성들이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서비스직에서 종사하던 20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고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남도는 제조업과 조선업 등 남성 중심의 일자리로 편중된 기존 주력산업 일자리만들기에만 급급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순식간에 지상의 모든 자제와 자동차, 심지어 사람까지 삼키는 '싱크홀'은 도심지 공포의 대상이다. 경남에서 싱크홀 처럼 공포스러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바로 인구문제다.

특히 경남 청년인구 유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미래전략의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문제는 결국 지역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20대 끝자락까지 경남에서 일했던 김이진(30)씨는 3년 전 뜻밖에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이진씨가 3년간 잘 다녀왔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은 이진씨는 정보통신업계에 꿈을 갖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1년 가까이 면접은 커녕 이력서를 넣을 직장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통감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결국 이진씨는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통신업계 회사에서 만족하며 다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다.

이러한 예시는 꼭 이진씨에게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지난해 경남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경남의 청년인구 순유출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0년 경남 청년인구 순유출 규모는 1만8900명에 이르렀으며, 이 중 특히 20대 초반(19~24세) 여성의 전출증가가 크다.

이에 경남연구원 김유현 연구위원은 청년인구 순유출 증가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직업과 교육을 꼽았다. 청년인구 순유출 규모가 가장 컸던 2020년에는 직업을 이유로 떠나간 청년이 무려 1만5264명이었으며, 교육이 3052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직업을 이유로 한 순유출 증가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여파라고 보았다. 이때문에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를 크게 받은 거제시와 창원시가 인구유출 문제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통 제조업에 대한 경제와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경남에서 20대 여성들이 떠나가는 이유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남은 전국 시.도 중 전체 사업체 중 비제조업 분야 300인 이상 사업체 비중이 가장 낮을 정도로 20대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 분야 등에서 대규모 사업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력산업 등 전통 제조업만으로 경남을 떠나는 청년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별 고용 격차와 불균형' 관련 자료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경남은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사이 청년고용률이 전국 7위에서 15위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반면, 청년실업률은 전국 4위를 차지했다.

특히 '고성장 기업' 비율은 2011년 2.7%(전국 평균 2.7%)에서 2019년 1.4%(전국 평균 1.9%)로 급격히 하락해 17개 시·도 중 16등을 기록했다.

경남도는 청년특별도를 추진하면서도 '양질의 일자리' 공급에는 여전히 주력산업인 제조업과 조선업 분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3일 인구 100만 이상의 창원시가 특례시로 출범했다. 이에 창원특례시는 청년 일자리 2800개를 '특례시 원년'에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창원특례시는 올해 국비 포함 160억 원을 투입해 청년 직접일자리 창출로 2800명을 취업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결국 창원특례시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기업은 한화디펜스, 두산중공업, 해성DS, (주)삼현 등 기존의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지역 기업들이다.

특히 경남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업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듯 보인다. 2019년 기준 정보통신업은 전국에 60만7000여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경남에는 1만1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학·기술 서비스업은 전국에 113만2000여명이 종사하지만 경남에는 3만6000여명이 전부다.

경남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경남도는 청년 유출문제에 세분화한 대책을 내야 한다. 여전히 제조업과 스마트 산단을 지원하겠다는 일자리 정책을 내고 있지만, 이는 남성중심의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라며 "경남도가 주력하는 산업에도 여성인력을 충원할 수 있으려면 장기정인 안목을 가지고 여성 특화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막연한 정책으로는 20대 여성 유출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hcmedia@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