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문민정 간호사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갖길" 천안의료원 정민경 간호사 "코로나 블루 해소 프로그램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담 병동 간호사가 환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 정민경 간호사 제공 |
[더팩트 | 대전·천안=김성서·김아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을 옥죈지 2년여가 흘렀다. 마스크 착용과 PCR 진단검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 3만명’의 불안 속에 3번째 설을 맞고 있다.
모두에게 힘든 코로나19 속에서도 명절을 잊은 채 바이러스와 고군분투하며 병동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이 바로 그들이다. <더팩트>는 대전 충남대병원과 충청남도 천안의료원 등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묵묵히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담 병동 간호사가 방호복을 점검하고 있다. / 문민정 간호사 제공 |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 소명감으로 버텨"
충남대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는 문민정 간호사는 21년차 베테랑 간호사다. 감염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던 문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병동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문 간호사는 당초 코로나19가 쉽게 지나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길어봤자 1년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변이바이러스 등이 등장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계속되는 것 같다"며 "관내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타 지역 정신병원 집단감염이 발생해 전원을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일손이 부족해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코로나19 중심병원 역할을 하는 충남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병상도 가장 많고 위중증 환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특히 투석환자나 임산부 등이 확진돼 충남대병원으로 오게 되면 ‘내가 뚫리면 의료진 전체가 뚫린다’는 생각에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게 됐다고 한다.
문 간호사는 "간호사실 입구에 ‘너의 안전=나의 안전=우리 모두의 안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스스로를 옥죄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면서 "친구를 언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타 지역에서 오는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파견 간호사 등을 교육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말을 하면서 안내를 해야하고, 실습도 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숙련 인력을 늘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문 간호사는 현 상황을 출구 없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터널 속에 갇혀있는 기분이지만 언젠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소명감으로 버티고 있다. 많은 분들이 답답하고 우울해 하시는 것을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아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끝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담 병동 간호사가 고된 업무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정민경 간호사 제공 |
"2019년 겨울에 묶여있는 기분… 공공의료 인력 확충 절실"
천안의료원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는 15년차 정민경 간호사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천안의료원이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보직이 변경됐다. 지난해 5월께 확진자가 감소하며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상황이 반전되자 다시 코로나19 병동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해 적응하기 힘들었던 정 간호사는 2년 간의 근무 끝에 어느덧 적응이 됐다. 그러나 병동 내에 택배나 개인물품 반입을 요구하거나 ‘병원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인적인 질환을 치료받고 싶다’고 하는 일부 환자들의 요구는 여전히 힘들다. 또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의료진에게 푸는 경우도 있어 애로가 적지않다.
그 중에서도 지역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가 어려움이 가장 크다. 정 간호사는 "천안에서 한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신도 중 백신 미접종자가 많았고 ‘신이 치료해줄 것’이라며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약을 먹지 않은 경우도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에는 의료 장비도, 인력도 부족해 눈코 뜰 새 없이 근무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특히 고질적인 공공의료 인력 부족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정 간호사는 "보건복지부에서 ‘인력을 충원 후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 인력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마 병원 경영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인력 충원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메르스 등 감염병이 발생했을 당시에 공공의료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놨더라면 코로나19 3년차가 될 때까지 매일 똑같은 상황은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파업한 후에도 의료진의 현실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초기 정부가 ‘덕분에 캠페인’을 했을 때는 감사했지만 이제는 굉장히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며 "의료진의 고충을 감추고 말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꼴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의 싸움 속에 하나, 둘 떠나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그는 "‘이제 좋아질 거야. 우리 같이 해보자’라고 선뜻 말할 수 없어 안타깝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2019년 겨울에 묶여 있는 기분"이라며 "언젠가 끝이 나겠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의료진들의 코로나블루 등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정 간호사는 "의료진도 코로나19가 올지 몰랐고, 이렇게 상황이 오래갈 줄도 몰랐다. 단지 업무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코로나19는 일반 상황이 아닌 특수 업무 상황이다. 방호복을 입고 더디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의료진의 지시사항이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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